다음은 2008년 5월 31일자 전남일보 기사입니다



<전남일보>

조선시대 '퇴계 사상' 21세기로 걸어나오다 
 

퇴계 이황. 그는 조선시대를 지배한 유교 성리학 사상의 대표다. 조선의 주자로 일컬어지며 오늘날 한ㆍ중ㆍ일 등 전 세계적으로 주자학의 대가로 추앙받지만 한편에서 보수 지배세력의 이데올로기로 평가받는다. 
그의 이론은 사실 조선 중기 대표적 개혁가 정암 조광조에 대한 존경 및 그의 실패에 대한 비판적 극복에서 출발한다.
16세기 네 번의 사화로 점철되는 훈구파와 사림파간의 치열한 대결속에서 사림파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퇴계는 정작 보수적 성리학자라는 오해를 받게된다.
'헌법의 눈으로 퇴계를 본다'는 퇴계학의 새로운 영역을 지향하며 그동안의 인문학적 논의와 달리 과학과 경제, 법치 분야와 퇴계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1부에서 퇴계를 본격 조명하기에 앞서 우리의 역사의식을 먼저 검토하고 있다. 저자는 헌법학과 법철학의 현황을 들어 설명하며 아직도 우리의 역사의식이 식민사관이 활보하던 과거 수준에 머물러있음을 지적한다. 
식민사관은 일제가 자신들의 식민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아주 볼품없는 것으로 깎아내린 역사평가이다. 특히 조선시대는 집중 공략 대상이었다. 식민사관에 의하면 조선시대는 정치적으로는 사대주의와 당파싸움으로 점철됐고, 사상적으로는 주자학이 공리공담으로 흘러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사회경제 상황은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대였다. 
해방이후 지난 60년간 역사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식민사관은 거의 극복이 됐지만, 정작 우리 현실을 움직이는 엘리트들의 의식은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 대해 필자는 쓴소리를 한다. 
2부에서는 조선시대로 들어가서 퇴계가 살았던 시대를 돌아본다. 퇴계가 살았던 시대는 사화의 시기다. 성종시대 이후 조선의 창조적 에너지는 쇠잔해지고 임금의 폭정과 훈구-척신이라는 특권층의 비리와 전횡, 이에맞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사림이라 불리는 집단에 대한 탄압으로 얼룩진 시대였다. 
퇴계의 유년시절에 갑자사화가 있었고, 19세때 기묘사화, 장년시절에 을사사화가 있었다. 퇴계의 사상은 이러한 시대의 문제의식에서, 특히 그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던 조광조가 화를 당한 기묘사화의 배경은 밑바탕이 됐다. 
3부에서는 사단칠정 논변, 논변의 파트너인 고봉 기대승에 대한 서술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4부에서는 이 책의 하일라이트인 퇴계의 '현대적 가치'를 고찰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성공적 한류의 대명사인 드라마 '대장금'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대장금'이 세계인의 보편적인 공감을 얻은 배경에는 퇴계를 포함하는 16세기 정신사가 간접적으로 관계하고 있음을 밝힌다. 

이용규 기자 cyglee@jnilbo.com (입력시간 : 2008. 05.3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