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세기 퇴계 이황 ‘혁명의 이름’으로 


〈퇴계혁명-퇴계, 21세기에 도전장을 던지다〉 

지은이는 혁명의 이름으로 16세기의 퇴계를 부른다. 
무오·갑자·기묘 등 퇴계가 살았던 시대는 사화의 시대. 새 질서를 꿈꾼 조광조를 비롯한 젊은 지식인들이 훈구척신세력에 의해 죽어나간 기묘사화 때 퇴계는 열아홉 살. 중종이 사림을 등용할 무렵인 서른넷에 벼슬에 나갔다. 
하지만 10년 뒤 을사사화가 있었고, 그 무렵 주자학 텍스트 <주자대전>이 처음으로 보급됐다. 
그는 마흔아홉에 그 책을 싸안고 낙향해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씨름해 <주자서절요>라는 책으로 요약해 냈다. 
그 뒤 고봉과의 사단칠정 논쟁. 
퇴계가 낙향해 주자대전과 씨름한 까닭은? 기(氣)가 이(理)를 거역하는 절망적인 구도를 떨쳐버리고 도덕과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열망했기 때문이다. 
26살 연하의 청년 고봉과 사단칠정 논쟁을 한 까닭은?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인적 청산을 위한 사상적 무기를 벼렸던 것이다. 
그의 사상은 수운 최제우를 통해 동학으로 열매 맺고, 그의 문하에서 김흥락·이상룡·김동삼·류인식·이원록 등 독립운동가들이 배출됐다. 
이기론이 관념유희라고? 
퇴계가 주희 모방자이고 현실도피적이라고? 
퇴계철학이 황도유교의 근간이었다고? 
지은이는 쟁쟁지사들의 책을 비판해 가면서 자신의 주장을 편다. 

김호태 지음/미래를여는책·1만2000원.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