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학자들의 견해는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퇴계의 독창성에 대한 국내 학자들의 견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지적하였습니다. 첫째 단지 주자와 퇴계가 다르다는 주장은 아무런 도움도 주질 못한다. 둘째 리(理)의 역동성에 대해서 주자와 퇴계의 분명한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는 퇴계가 지니고 있는 범도덕주의, 이상주의의 흔적이다. 셋째 리(理)의 역동성에 근거한 범도덕주의가 얼만큼 그 의도를 달성했는가, 그리고 그 범도덕적 이상주의를 성리학적으로, 혹은 형이상적으로 이퇴계는 적절하게 뒷받침하고 있는가 하는 비판적 평가가 있어야 우리는 퇴계 철학의 독창성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세 가지 관점에서 퇴계의 독창성을 말하고 있는 국외 학자의 견해도 마찬가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 유명한 진래의 주장은 단지 선언적 의미 밖에는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의 주장이나 찰스 푸의 주장은 앞으로 그의 주장이 지니는 정당성을 아마도 스스로 입증해야만 할 것처럼 생각됩니다. 양헌방의 경우에도 그냥 듣기 좋은 수식어처럼만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유명한 투웨이밍의 주장도 단지 선언적 의미 밖에는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진래와 다르게 뚜웨이밍은 무엇을 탐구해야 할 것인지는 밝혀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動-發-到"라는 것입니다. 이것이야 이미 국내 학자들도 지적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뚜웨이밍의 주장이 더 큰 설득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한 연구를 통하여 퇴계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주자에게 비판적으로 성찰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만 비로소 그의 선언적 주장이 의미를 얻을 것처럼 보입니다.

뚜웨이밍이나 보근지 등은 역시 퇴계 철학의 독특성을 리(理)의 역동성에서 찾고, 보근지는 이것에 대해서 어떤 "내재적 세계관"의 주장으로 읽고 있군요. 주홍성-이홍순-주칠성 등도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내재적 세계관의 주장이 지니고 있는 철학적 의미가 무엇인가요?

반창화는 그 의미를 역시 "실천적 활동"에서 찾고 있군요. 주월금은 이것을 도덕화, 능동화, 실천화라고 요약하고 있군요. 

그런데 진짜 주자의 리(理)가 도덕적 함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인가요? 아마 이 질문에 대한 암시를 채무송의 인용문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데, 도대체 "본체론의 심"과 "본체우주론적 심"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마도 채무송 자신도 그렇게 명백하게 해명하지 못할 것처럼 생각됩니다. 과연 주자의 리(理)가 비록 역동성을 지니지 못한다고 해도, 과연 그것이 도덕적 함축이 없는 것인가요? 

한 걸음 더 나가아서 주월금은 퇴계의 경우 도덕적 깨달음을 목표로 했던 양명학과 다르게 퇴계는 도덕적 실천까지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거대한 관념론을 연상시키는 양명학에서 도덕적 깨달음과 도덕적 실천이라는 개념 구분을 수긍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군요. 

하여튼 내 내부에 존재하는, 한형조의 표현으로 "내 가슴에 살아 있는 힘"으로서 리(理)의 역동성이 비록 도덕적 실천성을 담보해 주겠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보편적 도덕적 원리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혹시 내재성을 강조하는 경우 - 이 경우에는 인간 내재성이 되겠지만 - 그 도덕적 원리가 혹시 인간종(人間種)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경(敬)을 통한 도덕적 수행과 실천을 통해 우리 현세적 인간세의 모든 불합리하고 비도덕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될 것인데, 도대체 이 세상은 어찌하여 그렇게 도덕적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 원인이 우리의 도덕적 자각의 부족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이론의 정당성이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만 전가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