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 '퇴계학' 성격 둘러싼 학계 논란
퇴계학은 '理學'인가 '心學'인가
 - 교수신문 2004년 06월 16일   강성민 기자  

 
반년간지 '오늘의 동양사상' 최근호에 "퇴계학, 그 존재를 다시 묻는다"라는 홍원식 계명대 교수(동양철학)의 선언적 글이 실렸다. 오늘날 퇴계학을 다시 바라보고 공부해야 한다는 제언이라 관련 학계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홍 교수의 파격적 주장은 네 가지다. 
△주자학과의 거리에서 본다면, 율곡학보다는 퇴계학이 더 멀리 있다. 
△율곡 혹은 율곡학파로 인해 퇴계철학이 폄하되고, 왜곡되는 경우, 그런만큼 퇴계철학과 대비시켜 율곡철학이 과장되고, 왜곡되는 경우도 있다. 
△퇴계학의 '독창성'을 퇴계가 어떤 이론을 처음으로 주장했느냐 하는 始原性(Originality)의 문제로 따져서는 곤란하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자학 이론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게 되는 퇴계학의 특징이 '독창성'이다. 
△주자학의 해석사 위에 퇴계와 율곡이 함께 있다. 퇴계는 주자학의 해석사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을 이룬 사람이다. 그래서 퇴계학은 理學이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心學이라고 규정돼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장윤수 대구교대 교수(동양철학)의 반론을 받았다. 장 교수는 세가지 차원에서 반론을 펴고 있다. 아래에 장 교수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퇴계학이 갖는 심학적 특성이야말로, 퇴계학이 주자학 또는 율곡학과 갖는 차별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를 잘 해명하면 퇴계학의 독창성, 한국 유학의 자주성, 조선 성리학의 특성 등이 저절로 풀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홍 교수의 논의가 보완돼야 할 점 또한 상당부분 있다. 세 가지만 지적해 보도록 한다.

첫째, 성리학 수용기부터 한국유학이 지니는 몇 가지 특징, 즉 '小學'과 '敬' 공부를 강조하던 실천윤리적 특징과 심학적 특징이 잘 해명돼야 할 것이다.

둘째, '心學'이라는 말 또한 제대로 정리하고 사용해야 될 것 같다. 퇴계를 심학자로 규정하고 그의 학문을 심학으로 특징짓는 데는 많은 문제점이 따른다. 일반적으로 정이·주희 계열의 학문을 理學으로 지칭하고, 육상산·왕양명 계열의 학문을 理學의 상대적 의미로서 心學이라 지칭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의미로서 퇴계의 학문을 심학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성리학적 심학자'라고 할 수 있는 퇴계는 유학이나 성리학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심학'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더 정확히 말해, 퇴계가 말하는 심학의 의미는 거의 대부분 '心經附註'와 관련이 있고, 그 어원적 기원은 당연히 '書經·大禹謨'에 나오는 '16字心法'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퇴계 심학의 특징은, 그가 道問學보다는 尊德性, 窮理보다는 居敬에 치중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셋째, 홍 교수는 "퇴계학설의 가장 독창적 부분으로 평가받는 理發·理動說의 유래가 퇴계 이전 학자들, 예를 들면 황간, 유숭조 등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퇴계는 이러한 학자들의 설을 미처 보지 못했고, 따라서 퇴계학설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같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들 뿐만 아니라 명나라 초기의 학자들, 즉 조단, 설선 등에게서도 이와 유사한 이론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학설은 당시 조선과 明의 관계를 고려할 때 충분히 퇴계학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비록 퇴계 자신이 주자학에 주목했다고 하더라도, 그가 명대 학자들의 주자 해석을 주목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장 교수 외에도 학계는 홍 교수의 문제제기에 대해 동의하는 편이면서도 아직 '심학'이라는 것의 '체계성'이 갖춰지지 않아 "조심스러운 주장"이란 입장이다. 이에 대해 많은 학자들의 참여와 논쟁이 필요할 듯하다.

-이상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