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지난 10월 13일, 문화마당을 방문하신 안동사람님이 저에게 주신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10월 17일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인데 부분적으로 수정 보완하여 이곳에 다시 올립니다.


<안동사람님의 질문>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궁금한것이 있어 글 올립니다. 현재 퇴계학을 연구하고 있는 단체와 연구성과는 어떠한지요. 혹 글쓰신것이 있으면 올려주십시요.


<조사연의 답변>

안동사람님께

저의 글을 관심있게 읽어주시고 있는 안동사람님,
감사합니다.
님이 요청하신 주제에 대해 준비된 글은 없습니다만, 계획은 하고 있었던 터라 제가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해서 일단 개략적으로 말씀드릴까 합니다.

한 시대가 몰락하면 그 시대를 주도하던 사상이 일차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멀리 갈 것 없이 현대사에서 소련과 동구의 몰락에 따른 마르크스주의의 운명이 그것을 말해 줍니다.
조선이 멸망하면서 유교 역시 망국의 이데올로기라는 지탄을 받고 우리의 의식 뒤안길로 사라져갔던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거기다가 일제식민사관의 집요한 공작이 더해져서 유교는 거의 생명력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서양철학 일변도로 지성계가 개편되고 유교는 그저 골동품 정도의 대접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현대사에서 퇴계에 대한 관심은 이러한 유교의 운명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것입니다. 
적어도 50년대, 60년대까지는 유교 내지 퇴계에 대한 연구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고 할 것입니다.
물론 이시기에도 개별적으로 퇴계학의 씨앗을 키운 몇몇 선지자들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퇴계에 대한 관심이 촉발된 계기는 퇴계가 돌아가신지 4백주기가 되던 1970년이었습니다.
1969년 도산서원이 성역화되고, 1970년에는 <퇴계학연구원>이 창립되고, 최초로 학술회의가 개최되었으며, 이듬해부터 계간으로 "퇴계학보"가 간행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박대통령의 관심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무래도 박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이 그 중심에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겠지요. 즉 전통문화의 수호자로서의 정치적 이미지와 TK라는 지역적 인연, 그리고 당시 여촌야도의 정치구도에서 볼 때 향촌의 여론 주도층이 주로 유림의 후예들이라는 점등이 고려되었을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한편 퇴계는 이렇게 정치 권력에 의해 조명을 받는 대신 이미지 왜곡을 감수해야만 했었습니다. 즉 박대통령 입맛에 맞게 퇴계는 소위 따귀 빼고 뭐 빼고 해서 보수적이요 소극적이요 비정치적으로 그냥 학문이 높고 인품이 고매한 분으로 조용히 계셔야만 했던 것입니다.(저의 私見 ; 21세기 퇴계학의 과제의 하나는 퇴계에게 드리워진 이러한 박대통령과 소위 TK 지역 이미지를 걷어 내는데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70년대 이후 퇴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연구인력이 증가하면서 퇴계는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박사급 논문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의 일입니다.
80년대는 70년대의 연장선에서 퇴계학 연구가 확산되던 시기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부산에서 퇴계학 부산연구원이, 서울의 단국대에서 퇴계학연구소가, 그리고 안동대학에 퇴계학연구원이 설립되면서 퇴계 연구가 확산되고 그 연구 수준도 심화되어갔습니다.
90년대는 퇴계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난숙한 단계에 이른 시기였다고 하겠습니다. 연구 논문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나온 까닭에, 오히려 양질의 논문을 선별하여야 할 정도였다는 것이지요(고려대 윤사순 교수의 표현). 사실 같은 주제와 비슷한 내용의 논문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는 퇴계와 그의 사상 연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시도해보아야 할 단계에 이른 시기였다는 것이지요. 

이제 21세기 벽두에 서서 퇴계학 연구 상황을 돌아봅니다.
양적으로 따지면 퇴계 관련 연구 논문 수가 천여편에 이른다고 합니다.
영남대 이수건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퇴계에 관한 연구는 그 미세한 분야까지 좁고 깊게 천착되어 이제는 더 구명해야 할 곳이 없을 정도로 손대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미세한 연구의 총합이 곧 퇴계의 모습은 아닙니다.
21세기 퇴계 연구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퇴계는 궁극적으로 "메시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할 때 드러난 부분 저 너머 안개처럼 퇴계는 존재하고 있다고 해야 합니다. 더구나 빈곤하기 그지없는 우리의 지성들에게 안개 속 장려한 풍경과 같은 퇴계의 모습이 제대로 포착될까 심히 의심스러운 바가 있는 것이지요. 
퇴계에 대한 연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과제는 이런 것입니다.

1) 오늘의 시선으로 퇴계를 해석해내는 것. 그리하여 우리의 삶과 실천에 퇴계가 살아있는 준거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2) 동양철학 내지 한국철학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설 것. 퇴계에게는 전공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퇴계에 대해 (각자의 전공이라는 대롱을 통해서) 일부분만을 보고서 "이것이 퇴계이다"라고 말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3) 인터넷 시대 대중들과 만나야만 합니다. 퇴계 당시는 사림(士林)이라고 하는 지식인 집단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때였지만 오늘날은 소위 대중의 시대입니다. 대중들의 의식과 실천이 그만큼 중요한 시대라는 것입니다.
4) 안동인들의 관심과 노력이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퇴계 하면 안동을 연상하기 마련이고 아무래도 퇴계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안동인들 아니겠습니까? 퇴계 역시 안동의 정신이 낳은 인물이기도 할 것이고 말입니다.

이상으로 개략적이나마 퇴계학의 연구 현황과 과제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안동사람님이 질문하신바 퇴계학 연구단체 기타 기왕의 연구 업적을(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구체적으로 소개해보겠습니다.


<퇴계학 연구단체>

1. 사단법인 퇴계학연구원(서울 소재)- 1970년 설립, 1973년 사단법인 등록, 1973년부터 계간으로 "퇴계학보" 간행 (1973년~2002년 6월 현재 111집 간행)

2. 퇴계학 부산 연구원(부산 소재)- 1982년 설립, 1990년 사단법인 등록, 1995년부터 연간으로 "퇴계학연구논총" 간행 (2001년 7집 간행)

3. 안동대 퇴계학연구소- 1988년 설립, "퇴계학" 간행 (2001년 12집 간행)

4. 경북대 퇴계연구소- 1973년, "한국의 철학" 간행 (2001년 29집 간행), 1997년 "퇴계학연구논총"(전 10권, 총 6240페이지) 간행

5. 단국대 퇴계학연구소- 1986년 설립, "퇴계학연구" 간행 (2001년 15집 간행) 

6. 경상북도 - "퇴계학 연구" 간행 (1973년부터~ )

7. 국제퇴계학회 - 1985년 설립, 1988년 사단법인 등록, 1976년 이후 퇴계학국제학술회의 개최(2001년 17차 회의 개최)


<퇴계 원전 번역>

* 퇴계학연구원, "퇴계전서"(1권~28권), 2000년 기준
* 퇴계학연구원, "주자서절요"(1권~4권)
* 윤사순 역주, "퇴계選集"(자성록,논사단칠정서,성학십도), 현암사, 1993년 개정초판, 1997
* 최중석 역주, "자성록", 국학자료원, 1998
* 이광호 역주, "성학십도", 홍익출판사, 2001
* 국제퇴계학회 충북지회, "하늘은 말이 없고 道는 형상이 없다-성학십도", 퇴계학연구원,1999 
* 이장우 역주, "퇴계일기", 중문출판사, 2000
* 이장우,장세후 역주, "퇴계마을의 노래"(퇴계詩), 지식산업사, 1997


<단행본> 

* 권오봉, 퇴계선생 일대기, (교육과학사,1997 초판, 2001)
* 권오봉, 이퇴계의 실행유학, (학사원, 1997)
* 정순목, 퇴계평전, (지식산업사, 1987 초판, 2001)
* 정순목, 퇴계정전, (지식산업사, 1992)
* 하창완 김종석, 배우지 않으면 알지 못하고 힘쓰지 않으면 하지 못한다 - 퇴계 이황의 삶과 교훈, (일송미디어,2001)
* 이윤희, 퇴계 선생에게서 배우는 인생의 지혜, (지영사, 2001)
* 이상은, 퇴계의 생애와 학문,(예문서원,1999) 
* 금장태, 퇴계의 삶과 철학,(서울대 출판부,1998) 
* 금장태, 퇴계학파의 理철학의 전개, (서울대 출판부,2002)
* 금장태, 성학십도와 퇴계철학의 구조, (서울대 출판부,2000)
* 유정동, 퇴계의 생애와 사상,(박영사,1975) 
* 윤사순, 퇴계철학의 연구,(고려대 출판부,1980) 
* 윤천근, 퇴계철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온누리,1987) 
* 김종석, 퇴계학의 이해, (일송미디어, 2001)
* 신귀현, 퇴계 이황, (예문서원, 2001)
* 이완재, 공자에서 퇴계까지, (이문출판사, 2001)
* 유명종, 퇴계의 일생과 철학체계, (현대미학사, 2000)
* 김형효외 4인, 퇴계의 사상과 그 현대적 의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7)
* 경북대 퇴계연구소, 경상대 남명연구소, 퇴계학과 남명학, (지식산업사, 2001)
* 최중석, 나정암과 이퇴계의 철학사상, (심산, 2002) 
* 서용화, 퇴계의 인간관 연구,(학연문화사,1998) 
* 김유혁, 우리에게 퇴계는 누구인가,(항산문고,2001) 
* 김기현, 조선조를 뒤흔든 논쟁-사단칠정논변은 무엇을 남겼는가?(상),(하),(길, 2000) 
* 김병규, 퇴계사상과 正義, (박영문고, 1986)
* 이종술 (퇴계와 율곡철학 비교연구,수덕문화사,1985) - 충북 진천 
* 아베 요시오저, 김석근역, "퇴계와 일본유학", (전통과 현대,1998) 
* 이수건, 영남학파의 형성과 전개, (일조각, 1995)

* 賈順先 등(退溪全書今註今譯:퇴계전서 번역,1991~1996) - 중국 
* 張立文 (퇴계철학입문,퇴계학연구원출판부,1990) - 중국 
* 蔡茂松 (퇴율철학의 비교연구,성균관대출판부,1995) - 대만 
* 마이클 칼튼 (Four-Seven Debete:사단칠정논변,1994) - 미국 
* 아베 요시오 ( 퇴계와 일본유학,전통과 현대,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