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제가 몇몇 게시판에 "19세기 세도정치시기의 안동김씨와 퇴계와의 관계"라는 글을 올렸을 때 다른 견해를 가지신 분들이 글을 주셨습니다. 저의 글에 대한 반론의 성격이지만 이 분들의 취지에 공감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 참고삼아 두 분의 글을 여기에 인용하겠습니다.  


(1) 조사연님 안녕하세요..

이곳에서 님의 글을 읽으며 조선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된 초짜입니다.

님은 몇차례의 글에서.. 조선조 당쟁사의 큰 분기점을 이루는
훈구파에 대한 사림파의 응전과 개혁적 열망을 다뤘습니다. 

누구나 쉬이 긍정할 수 있는 일련의 글들이지만 정권교체기 동교동의 몰락이
훈구파를 연상시키면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님이 올린 안동김씨와 퇴계와의 관계에 대한 글 역시 잘 읽었습니다.

현재의 지역주의에 기반한 영남패권주의의 폐해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역사에 대한
과도한 해석으로 영남과 남인, 그리고 안동김씨에 대한 터무니 없는 오해가
있었다는 의미를 살펴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글로 님이 현실 개혁과 연계되는 조선 정치를 소개했던 이전의 글들에
대해 다소 맹랑한 생각이 들어 몇자 옮겨 봅니다. 

우선, 19세기 세도가 안동김씨가 퇴계학파가 아니라고 해서 "나라의 암적 존재"로
율곡과 기호학파가 들어 가야 한다는 주장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조선조 당쟁사가 반드시 그들의 정치이념에 투철 했었는지.. 아니, 퇴계와 율곡의
학문적 승계구도가 당적을 가를 만큼 실질적인 것이었는지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율곡에 대한 님의 이해가 엉뚱하기조차 하다는 생각입니다.
퇴계를 19세기 안동김씨와 연계시키는 것도 그렇지만.. 그 자리에 율곡과 서인
혹은 기호학파를 집어 넣는다는 것에도 딱히 동의하기 어렵군요.

어쩌다 율곡이 나라 망친 시조가 되었는지 알지 못하겠군요.
율곡의 성리학이 퇴계의 성리학보다 심오한 것이 못되는 것인지.. 혹은, 정계에
출사한 율곡이 향촌에 은거했던 퇴계보다 못하다는 것인지.. 
동서분당의 경험이 유일한 것이고 율곡이 그 중재를 위해 했던 노력들은 가치 없는
것인지..

퇴계 반비판의 형식을 띈 님의 글은 동인계열에 대한 애정과 그 맥을 잇는 영남
남인의 피해의식으로 율곡과 서인에 대한 공격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역시 안동김씨가 곧바로 영남을 상징하고.. 안동김씨의 부패가 현재의 영남
패권주의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당하다고 생각치 않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세도가 안동김씨가 실은 서울 장동 김씨라는 주장을 펼치는 와중에
율곡, 우계, 송강 등을 그 세력들과 같은 연고라고 주장하는 듯한 님의 글은(예를
들어 한것 치고는 너무 장황한 주장들..) 오히려 님의 주장을 편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용글에서 "조선 후기 300년에 걸친 안동 김씨의 정치적 희생과
문화·학술계에 미친 공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하는 대목에서는 도대체 글의
의도가 무엇인지 햇깔리게 되더군요.

아울러 소위 영남학파가 조선의 정국에서 상당한 주도권을 행사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니 다소 어리둥절 합니다.

물론, "인조반정(1623)이래 250여년간은 거의 서인-노론의 판"이었지만 동시에
남인의 공동정권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 후 급박한 국제정세 속에서 '문묘종사' 논쟁과 '예송논쟁'을 통해 근 100여년의
곤란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서인/남인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결과 "퇴계학파 계열인 남인이 정권을 주도한 제2차 예송논쟁(1674,
숙종즉위년) 이후 6년 그리고 기사환국(1689)이후 5년간 도합 11년간"을 겨우 11년
집권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당시, 조선조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층 민중들의 직접적 이해와 관련되는
군역, 세제 등의 문제에 대해 그들이 얼마나 반동적인 정치적 입장으로
일관했는지는 당쟁에 참여한 모두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님의 사림에 대한 숭고하리만치의 기대는 사실 조선 중반을 넘어서면서 찾아보기
힘들어 졌으니.. 조선조 역사를 훈구와 사림/ 보수와 개혁/ 기득권과 도전/의
역사로 바라보는 것역시 님이 비판한 논객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역시 근세 박통이 퇴계를 우롱하고 이문열 등이 반동적 행태를 반복한다고 해서
퇴계학이 근본적으로 부인되지 않겠지만.. 퇴계이후 동인계열과 남인으로 이어지는
끈질긴 배타성과 관념성이 그 원인이 되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습니다.

공부가 짧고 관심은 산만해서 두서없이 글을 올렸습니다.
님 덕택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어 감사하다는 말은 꼭 전해야 겠군요..
그럼.



(2) 조사연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역사에 대해서도, 또 한국철학에 대해서도 문외한입니다. 그런데 님의 글을 읽고 깨우친 바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권위자"들의 권위 있는 논거를 들어가면서 해 주신 말씀은 율곡이 살아와도 반박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문제가 무엇을까요? 
몇 년 전에 한국천주교에서 "내탓이오" 운동을 전개한 적이 있습니다. 참 코미디 같은 일이었지요. 그들은 "내탓이오" 스티커를 자기 차 뒤에다 붙이고 다니더군요. 나는 그걸 보면서 기가 막혔습니다. 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성경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글까지도 있는데, 남을 향해서 "내탓이오"를 외치는 이들의 의도를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걸 보는 이마다 아 정말 "내탓이구나"하고 깨달으라는 말인지, 그네들이 "내탓이오" 회개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들 있으라는 건지... 
각설하고, 
지금 사람이 죽어 있습니다. 그 주위에는 그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책임과 의무와 역할을 지닌 사람들이 둘러서 있습니다. 그들은 나름대로 그 사람의 죽음에 자신은 결정적인 책임은 없다는 것을 힘주어 설득력 있게 역설합니다. 자 그럴 때 님이 만일 유가족이라면 그 변명인지 설명인지 핑게인지를 듣고 고개를 끄덕일까요? 
저는 님치럼 그렇게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가끔 어떤 거대한 조직의 횡포에 직면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조직을 구성하는 인간들은 저마다 자기는 그 조직과는 "별개"라고, 자기가 그 조직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옳지요. 
일본은 2차대전이 패망하자 많은 이들이 할복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형태로건 책임져야 할 이들이 책임을 지는 거지요. 
그런데 우리는 나라를 망치게 한 이들이, 과연 그들이 누구냐 하는 것은 님의 말을 들어보니까 좀 헷갈리는군요, 그런 사람은 우리 나라에 한 명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건, 단 한 명이라도 지금까지라도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습니까? 
그런데 아직까지도 "우리는" 100년전, 아니 몇 백년 전의 사건에 대해서 책임만을 따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동김도 따지고 들면 소위 껍데기들이 있겠지요. 장동김이라고 왜 소외된 자들이 없겠습니까? 
노파심에서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저는 님의 글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님의 전문적인 식견을 비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분야에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님의 글에 이의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도 아닙니다.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리고 동의합니다. 그런데도 좀 찜찜하다 이거지요. 만일 여기까지 읽어 주셨다면 진심으로 고개숙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