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은 공민왕과의 인연이 특별한 고장이라고 하는군요.
안동은 공민왕 시절 홍건적이 침입했을 때 고려의 임시수도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공민왕은 안동사람들의 적극적이고 따뜻한 지원과 협조에 감동하여 여러가지 선물을 남기기도 하였고 안동지방의 읍호를 복주목(福州牧)에서 안동대도호부(安東大都護附)로 승격시켜주었다고 합니다.
공민왕은 영호루의 현판 글씨를 내려주었고, 지금은 건물이 헐려 볼 수 없지만, 옛날 안동군청 현관입구에 걸려있는 <안동웅부(安東雄府)>란 현판도 공민왕의 글씨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놋다리밟기의 사연도 공민왕과 관련있다고 하지요.
영호루에는 공민왕 시절 이른바 신진사대부로 성장하여 조선 건국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조선왕조 5백년의 설계자" 삼봉 정도전의 흔적도 있다고 합니다.
흔히들 안동을 보수적인 동네라고 합니다만, 공민왕이 지닌 개혁의 이미지만큼 역사 속의 안동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개혁과 패기의 정신을 저는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삼태사,차전놀이,하회별신굿,퇴계,그리고 석주 이상룡,일송 김동삼,동산 유인식 등등 무수한 독립운동가들...   

다음은 안동대 사학과 김호종 교수의 글 - 안동문화연구소 편 "안동문화의 수수께끼"(지식산업사, 1997)의 72~91쪽 - "공민왕은 왜 하필 안동으로 몽진해왔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제가 부분 부분 발췌한 것입니다(목차는 제가 임의로 구성한 것입니다).


"공민왕은 왜 하필 안동으로 몽진해왔을까?"


(1) 안동 - 고려말의 임시 수도

고려왕조 말기에 홍건적의 침입으로 공민왕이 안동으로 몽진(蒙塵)해 왔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안동은 고려시대 약 3개월 동안 임시수도가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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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민왕의 수난, 안동민들의 환대, 그리고 놋다리밟기

홍건적이 수도 개경을 육박하자 고려의 조야(朝野)는 크게 동요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는 가운데 공민왕과 조정관료들은 남쪽으로 피난길을 재촉하면서 안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이 당시 공민왕을 모시고 수행하는 가까운 신하들은 모두 28명에 지나지 않았다. 위급한 전란시에 왕이란 존재는 외적(外敵)의 일차적인 공격대상이었으므로 그를 따라 몽진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이 수반되고 있었다. 그리하여 피란 수행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을 것이므로 그 숫자가 이렇게 적었다고 생각되며, 그 뒤 환도 이후에는 이들의 영향력이 더욱 증대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면 지금부터 왕르 비롯한 이들 수행관료들이 안동지방으로 몽진하면서 경유한 지방 가운데 중요한 몇곳을 선택하여 그 고장 사정이 어떠했는지를 살피는 한편, 우리 안동지방의 경우와 비교해봄으로써 그 차이점을 파악하고자 한다.

먼저 공민왕 일행이 수도 개경의 숭인문(崇仁門)을 빠져나와 파주와 양주를 거쳐 그 해 11월 무진일에 지금의 경기도 광주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이 지방 관리와 백성들은 이미 모두 인근에 있는 산성으로 도망쳐 대피하고 없는 가운데 고을의 행정책임자만이 쓸쓸히 남아 있는 실정이었다. 왕의 일행은 다시 발길을 돌려 11월 신미일에 이천 지방에 다달았다. 그런데 이날은 눈과 비가 함께 섞여 휘몰아치는 궂은 날씨였다. 공민왕은 입고 있던 옷이 눈비에 젖어 얼어붙고 말았으므로, 살갗에 스며드는 추위를 이길 수가 없어,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하여 모닥불을 피우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에도 왕과 그를 호종하는 신하들은 남행을 계속하여 11월 임신일에 충주 북쪽에 있는 음죽 고을에 도착하였다. 이 지방에서도 역시 관리와 백성들은 모두 도망치고 없었으므로 그들 일행은 상당한 고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다음 충주와 문경새재를 거쳐 예천을 지나서 안동고을 로 향하였다. 그런데 안동에 다다르기 전에 공민왕과 왕비 일행은 다리가 놓이지 않은 냇물을 건너지 않을 수 없었다. 추운 겨울철의 이 곤란한 장면을 지켜본 안동지방의 부녀자들은 냇물에 뛰어들어 기꺼이 서로 등을 잇대어 인교(人橋)를 만들고 노국대장공주 일행을 무사히 건너게 하였다. 이 일은 그 뒤 이 고장의 한 가지 전통놀이로 정착되어 매년 정월 보름날 놋다리밟기라는 민속놀이로 전승되고 있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공민왕과 그 일행들은 안동지방 입구에서부터 이 고장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게 되었으니 이같은 사실은 위에서 이미 살펴본 다른 지방의 경우와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여하튼 공민왕과 그를 호종하던 요인들은 수도 개경을 떠난지 약 1개월이 지나서 천신만고 끝에 그 해 12월 임진일에 드디어 안동고을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그리하여 이곳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상하의 계층을 초월하여 모두 극진히 공민왕 일해을 정성껏 보살피게 되었다. 이를테면 이 고을 행정책임자였던 김봉환과 토착 재지세력이었던 호장층들은 그들이 머무르는 몇개월 동안 힘을 다하여 보호하였으며 당시 일반 주민들도 스스로 우러나는 뜨거운 마음으로 그들을 받들어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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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대략 살펴본 바와 같이 고려정부가 중국을 통일한 원나라도 진압하기 어려웠던 홍건적을 외부의 도움없이 자체적으로 물리칠 수 있었던 배경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안동지방으로 몽진한 공민왕 일해을 안정시키는 데 주역을 담당한 이 고장 주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결코 과소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당시 적의 침입으로 전국은 혼란이 극에 달했는데 만약 안동지방 주민들도 대부분의 다른 지방 주민들과 같이 도망치기에 바쁘고 비협조적이었다면 어떻게 고려왕조의 지배층들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으며 재기의 꿈을 꿀 수 있었겠는가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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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민왕의 환도, 안동에 대한 배려

공민왕을 비롯한 고려정부의 지배층은 홍건적이 물러가자 1362년 2월 신축일에 이곳 안동을 떠나 수도 개경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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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개경이 복구되고 궁궐 수리가 끝나자 공민왕은 개경에 정착하였다. 그곳에 있으면서도 그는 늘 마음속 깊이 안동지방을 생각하면서 이 고장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와 뜨거운 협조를 항상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하여 위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은 귀중한 왕실의 보물들을 하사했을 뿐만 아니라 평소 입버릇처럼 늘 안동이 나를 중흥시켰다고 되뇌면서 여러가지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를 테면 이 고장의 유명한 누각인 영호루(映湖樓)의 현판 글씨를 직접 써서 내려보내는가 하면, 고을 치소(治所) 입구에는 안동웅부(安東雄府)란 현판이 걸려 있는데, 그것도 그의 글씨라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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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회였던 왕조국가에서 외적의 침입을 받아 국왕이 다른 지방으로 몽진하는 경우를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왕이 지나가는 모든 고을의 주민들이 으례 환대하고 잘 협조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못하였다. 이미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광주와 음죽지방의 사례가 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은 홍건적이 곧 뒤따라 오려는 절박한 상황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같은 주장은 상당한 타당성을 지니고 있겠지만 적이 물러가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고 하여 꼭 환대하고 협조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 사례를 보도록 하자.
공미왕을 위시한 고려정부의 요인들은 1362년 1월 을축일 고려의 군사들이 개경을 수복한지 한달 가까이 지났으므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 고을 목사가 공민왕 일행을 부실하게 대접했다가 결국은 파면되었으니, 이는 안동 사람들의 계층을 초월한 환대와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4) 기타 역사 속의 안동

어쨌든 안동지방은 고려왕조 건국이래로 고려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 결과 이 고장의 재지토착세력들 가운데 상당수가 상경종사하게 되어 집권층에 가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들의 통혼권은 전구구적 규모로 확대되어 안동지방 출신이 아닌 집권자들도 많은 사람들이 이 고장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 지방의 지형적 조건은 북서쪽으로는 소백산맥이 가로질러 방패막이를 하고 있으며, 낙동강은 주변을 감싸 농업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방어에도 한몫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지형이 안동지방 문화에 끼친 영향은 여러 측면에서 조명될 수 있겠다. 그러나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외적의 침입이 적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안정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안정된 고장은 전근대사회에서는 흔히 피난처로 꼽히는 동시에 학문하는 곳으로도 주목되었다. 공민왕이 안동으로 홍건적을 피하여 몽진한 것도 위의 사실들을 종합해볼 때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학문하는 장소는 안정되고 조용한 곳이어야 한다. 그러한 바탕 위에 일정한 경제력이 뒷받침된다면 더욱 좋겠다. 소백산맥이 서북쪽을 가리어 아늑한 곳에 주변을 감도는 낙동강은 이 고장 곳곳에 넙ㄹ지는 못하나 계곡평야를 형성시켜 경제적 안정에도 기여하였다. 따라서 이 고장 사람들은 이와 같은 배경에 힘입어 안심하고 자존심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독서를 할 수 있었다. 고려말 중국으로부터 성리학을 도입하여 보급하는데 앞장선 안향도 이 고장 인근 출신이며 여말선초에 대두한 신흥사대부들 가운데 크게 활약한 우탁, 김구용, 권적, 정도전 등도 모두 이 지방과 연관이 깊다. 이러한 주자학적 토양 위에서 조선왕조 성리학의 태두인 이황도 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통왕조시대의 안동은 나름대로 거기에 부과된 역사적 사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