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성주의 본향 - 理철학의 본향


안동을 흔히들 양반,선비의 고장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찌 안동에 양반,선비들만 살았겠습니까? 그 풍부한 서민들의 문화는 어떡하고 말이지요. 안동대학 민속학과의 임재해 교수 등 여러 학자들의 왕성한 연구 업적을 참고해 볼 때 안동의 문화는 오히려 서민들의 문화가 그 주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바탕 위에서 선비 문화가 피어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퇴계가 안동의 이름을 높인 것은 분명하지만 알고 보면 퇴계는 고향의 정신을 웅대한 사상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퇴계의 저 안 쪽 아련한 곳에 흐르고 있는 고향의 정신, 안동의 정신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하늘”이 아닐까 합니다.
그의 理 중심 철학에서 보이고 있는 “理” 개념은 바로 하늘을 표상하는 것(天卽理 性卽理) 아니겠습니까? 퇴계는 理의 능동성(理動,理發,理到)을 인정하는 등 주희보다도 더 철저히 理개념의 절대성을 지향한 사람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퇴계 사상을 종교적 차원에서 조명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실제로 조선 후기 천주교에 빠져들었던 일단의 기호 남인들은 퇴계의 理철학에 동조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안동 시내 목성동에는  천주교 성당이 자못 장엄한 규모로 서 있지않습니까?).

안동의 정신 문화 유산 곳곳을 살펴보면 그 하늘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군신화 이래로 하늘 사상의 원초적 형태로 우리는 흔히 무속(巫俗)을 듭니다. 그 무속의 하늘이 안동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바로 “제비원 성주풀이”.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도 이렇게 서술되어 있지요.(제 3권, 96~97쪽)

“… 그 중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는 우리나라 무가 중 <성주풀이>라고 해서 치성드리는 성주굿 노래가 있는 데 어느 지역의 성주풀이든 성주의 본향을 따지는 대목에서는 모두가 이 제비원 석불을 지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주의 본향이 어디메냐
경상도 안동 땅
제비원이 본일레라
제비원의 솔씨받아…>
그래서 안동은 불교문화, 양반문화의 본향이기 이전에 민속문화의 본향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안동 출신의 무속인 오숙자 여사가 쓴 “제비원 성주풀이”에도 보면 각 지방에서 불리워지고 있는 성주풀이의 가사를 비교해놓고 있습니다.

“<안동>
에라 대신이야 어라만수
성주본이 어데메뇨. 경상도 안동 땅 제비원이 본일레라.

<해주>
성주나 본이 어디메네
경상도 안동 땅에 제비원이 본일데…

<목포>
성주로다 성주로다 성주본이 어디멘고 경상도 안동 땅 제비원에 팔 솔씨는…

<군산>
성주본이 어디메뇨 경상도 안동 땅 제비원이 본일레라
제비원에 솔씨를 받아…

<서울-황제불이라 함>
성주 본향 본을 풀면 게 어디가 본이신고
안동주 제비원의 한나산(학가산)이 본이신가
한나산…

이상의 몇가지 보기를 들었으나 다른 지방에서도 위와 같이 모두 성주의 본향을 안동의 제비원이라고 노래하고 있으니 성주신의 본향이 안동의 제비원이라는 논거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오숙자, 제비원 성주풀이, 64~65쪽>

어떻게 해서 안동 땅이 무속의 본향이 되었는지 그 내력을 알 수 없으나 오래 전부터 안동이 그렇게 불리워져 온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퇴계가 있어 우리는 안동을 理철학의 본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배경에는 이처럼 <성주의 본향 안동>이라는 아득한 사연이 자리하고 있음을 생각하고 저는 안동이라는 곳이 참 신묘한 동네라는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상 조사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