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에 대해...


인내천과 시천주는, 시천주가 근본적으로 먼저 있어야 인내천이란 표현이 가능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내천은 시천주와 더불어 쓰면 더 빛이 나겠지요. 천도교에서도 그렇게 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여기에 관한 것은 김상일 교수의 <수운과 화이트헤드>를 참고 하시면 좋을 듯 하네요. 화이트헤드와 수운사상이 만날 수 있는 부분을 쓴 책이거든요. 그리고 퇴계사상과 수운의 관계는 수운의 아버지가 지방에 이름이 있는 유학자였고, 그 시대가 유학 특히 성리학이 주류인 시대였으니 영향이 있었다고 보는게 맞겠지요. 그런데 수운 나이 16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지요. 그리고는 수운은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수운이 깨달은 내용중에, <형상은 태극(太極)이요 또 형상은 궁궁(弓弓)>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태극은 유학자들이 많이 언급을 하는 것이지만, <궁궁弓弓>은 무엇인가...이거지요. 저도 처음에는 이게 뭔가, 하고 생각해 봐도 모르겠더란 말이죠. 나중에 알고보니(완전히 아는게 아님^^) 격암유록이라던가, 정감록 같은 예언서들이 그 시대에 민중들의 삶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예언서에 <궁궁>이란 표현들이 나오지요. 수운은 그런한 것을 <미신>이라 배척하지 않았습니다. 왜냐? 현실적으로 민중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며, 영향을 받는 까닭이 있다는 것이죠. 


매관매작 세도자도 일심은 궁궁이오 
전곡쌓인 부첨지도 일심은 궁궁이오 
유리걸식 패가자도 일심은 궁궁이라 
풍편에 뜨인자도 혹은 궁궁촌 찾아가고 

용담유사, <몽중노소문답가>중... 


그 시대, 중국이 서구에 깨지고 민심이 흉흉해서 세도자도, 부자도, 거지도 궁궁, 궁궁 하며 궁궁촌을 찾아다닌다는 거죠. 수운은 그런 현상을 <미신>이라 배척하지 않고 그것이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미신일지라도, 그 속을 꿰뚫어 본 결과...수운은, 궁궁은 밖에 어디에도 없으며, 바로 네 몸 속에 모시고 있으(시천주)며, <무궁한 이울(우주) 속에 무궁한 나>라고 처방했지요. 음...수운만큼 깨달아야 쓸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이 쓸려니...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는 글이라 보시면 좋을 듯 하네요.^^ 


수운사상의 핵심은 <시천주侍天主>입니다. 최시형은 <양천주養天主>라는 표현을 했는데, 마음을 함부로 쓰면 몸 속에 하늘님을 키울 수가 없다고 하지요. 다시 말해 '기른다'하는 표현은 단순히 시천주를 알고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 안에 모신 하늘님을 적극적으로 정성스럽게 공경스럽게 해서 봉양하고 기른다는 것이지요. 이 과정이 지극하게 되면, <조화정造化定>이 된다고 수운은 말합니다. 그러면 <조화정>이란 무엇인가? 수운은, 


造化者 無爲而化也 <조화>라는 것은 무위이화다. 

定者 合其德定其心也 <정>이란 것은 그 덕에 합하고 그 마음을 정한다는 것. 


이라고 했는데, 무위이화가 등장하는데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봅니다. 무위이화라...노자가 생각이 나지않습니까? 그런데 노자는 무위이화를 이루는 구체적 법을 말한 바가 없죠. 노자는 그방법으로 <호흡>을 말하긴 하는데...수운과 다르지요. 수운이 깨달은 내용 중 첫번째가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인데, 이런 상태는 인위적, 의식적으로 도달하고자 목표를 잡는다고 이루어지는게 아닌, <무위이화>로 <정>해진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언어로 하는 사유를 통해서는(보통 사유한다는 것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무위이화를 알 수 없다는 것이죠. (퇴계가 <무의이사>의 경지는 대현이하의 수준에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참고 바람. 그리고 노자의 무위, 붓다의 무념, 무심 또한 언어를 통한 사유로는 추측은 해볼 수 있으나, 얻을 수는 없다고 봄.) 그런 까닭에 수운은 사변철학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간파하고 열석자로 압축했음을 우리는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시천주>를 지극히 하게 되면, <조화정>이 된다는 거지요. 조화정은, 수운이 깨달은 <오심즉여심>입니다. 그렇다면 시천주를 지극히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수운은, 


열세字 지극하면 
萬卷詩書 무엇하며 
心學이라 하였으니 
不忘其意 하여서라 


했는데, 수운은 자신이 깨달은 공부방법이, 기존의 공부방법에 대한 엄청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만권시서를 읽는 것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부분 역시 사변철학과 무위이화로 <정>해지는 수운의 심법과 연관시켜 보면 좋겠지요.) 열세자를 지극하게 한다는 것은, 수운 사상에 있어 <수심정기修心正氣>를 지극히 한다는 것이죠. 수심정기란, 첫째, 자기 몸속에 모신 하늘님을 지극히 공경하고, 둘째, 타인도 하늘님을 모신 존재라는 걸 믿고 공경하고- 바로 여기서 사람을 하늘처럼 섬김 즉, 사인여천이 나오지요.- 세째,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또한 하늘님을 모신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공경하는 생활을 말하는 것이지요. 이 세가지를 <삼경三敬>이라고 합니다. 


해월은, <경물敬物>까지 나아가지 못하면 제대로 통한 것이 아니다 합니다. 이런 까닭에 동학전통은 물건을 아끼고, 공경으로 나아가는 것이죠. <경물>사상을 통해 볼 때, 무한 소비, 생산을 부추기는 문명은 생명(환경)ㅡ나는 환경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환경이란 말은, 인간이 중심이기에 자연과 물건이 별 것 아닌 것이다, 하는 생각이 숨어 있는 것이죠. <나무>라는 이름 없이 <나무>를 볼 수 있으면, 나무는 더이상 나무가 아닌...신비로운 <생성하는 그무엇>으로 다가 올 것입니다.ㅡ파괴와 더불어 결국 인간의 맘이 황폐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렇게 삼경三敬을 지극히 하면은, 내 마음이 하늘님 마음에 <무위이화>로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수운은 이상태를 지극한 성인 즉 <지성至聖>이라고 했지요. 따라서 동학은 <지극한 성인에 이르게 하는 공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