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附言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유홍준 저)" 성공의 교훈
역사와 전통을 이야기하면 일부 진보파들은 뭐 고리타분한 민족주의자, 폐쇄적 복고주의자 이런식으로 빈정거립니다만 역사와 전통을 논하는 것에 담긴 전략적 메시지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릇 변혁을 추구하는 자라면(특히 소수파일수록!) 역사와 전통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석을 통해서> 역사와 전통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정통성 확보 차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 효과로서 우리 조상들이라는 막강한 응원군을 확보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와 전통에 향수를 가지고 있는 다수 대중들의 관심과 지지를 확보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진정한 변화는 대중과 함께 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면 우리는 먼저 대중들의 "정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현대적인 언어와 메시지로 그 정서에 불을 당기는 것이라고 하겠지요.
제가 우리 시대 대중들의 정서에 대해 나름대로 확신을 하게된 계기의 하나는 몇년전 영남대(현 명지대) 유홍준 교수가 펴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는 책의 성공이었습니다. 유홍준 교수가 그 책을 처음 펴낼 때만 해도 그렇게 대중들의 환호를 받을지는 몰랐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지금까지 아무도 우리의 국토와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대중들에게 친절하게 이야기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중들은 이 강토에 뿌리내리고 살면서도 아메리카로, 구라파로, 일본으로 그 슬픈 정신의 유랑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들 깊은 정서에 불을 당긴 사람이 바로 유홍준 교수였다고 하는 것이지요.
또 하나의 사례를 저는 "조선시대"와 직접 관련해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 다수의 지식인들이 내팽개치고 경멸하고 있는 그 조선시대에 대해서 대다수 소박한 우리나라 보통사람들은 그래도 정서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고 판단하게 된 계기는 바로 박영규씨가 쓴 "한권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책의 꾸준한 인기를 목격하고나서 였습니다(백만부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잘나가는 지식인들의 사고만 뒤쫒다가 우리 사회의 저변을 구성하고 있는 일반 대중들의 정서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이 닿지 못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어쩌면 단순한 연대기적 서술에 불과한 이 책이 그렇게 환호받으리라고는 저자 자신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역사와 전통에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는 이처럼 대중 전략차원을 떠나서 바로 "조중동" 그들을 제압할 수 있는 논리가 바로 그 속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조중동 그들은 사실 우리 정신사의 정통성에서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는 자들입니다. 그런데도 진보파 지식인들 어느 누구도 그런 측면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들은 우리 역사와 전통에 무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 그들 조중동은 탁월한 잔머리를 활용, 역사와 전통을 자기 편으로 유리하게 각색한다는 말이지요. 지지난 해(2001년), 퇴계-남명 탄신 5백주년 때 진보파 지식인 들 중 퇴계-남명을 이야기한 사람 한 사람이라도 들어 보십시요. 그러나 조중동들은 앞다투어 퇴계 남명을 소개하는 데 지면을 할애했다는 것이지요.
조중동 그들은 무식하지만 그래도 역사와 전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는 교활하게 간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상 조사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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