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스꼴리니꼬프의 비애 


도스도예프스키가 페체르부르그대학 법대 중퇴생 라스꼴리니코프를 통해서 말하고 있는 바는 무엇이겠습니까? 
라스꼴리니코프는 이렇게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누가 나폴레옹의 살인죄를 물었던가? 나폴레옹은 수백만 순박한 백성들을 전쟁터에 몰아넣은 사상 최대의 살인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를 영웅으로 존경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나폴레옹이 범인(凡人)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는 가난한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것 외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고 아무런 존재의 이유도 없는 전당포의 노파, 그 "구역질나는 벌레"를 살해할 마음을 품는다는 것입니다. 즉 자기는 범인(凡人)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의 기생충과도 같은 전당포의 노파를 살해할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행사는 또한 정당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폴레옹과 라스꼴리니코프의 차이는 무엇이었습니까? 
나폴레옹은 죄의식을 느끼지않았고, 라스꼴리니코프는 죄의식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나폴레옹의 경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라는 초월적인 신이 그를 "영웅"으로 규정하였고, 헤겔과 같은 철학자나 베토벤과 같은 음악가가 "살아있는 세계정신"이라고 찬양했지만 라스꼴리니코프는 스스로 범죄를 고백하고 쓸쓸히 시베리아 유형을 떠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말이 있지요. 
"한 사람을 살해하면 범죄자이지만, 수만명을 살해하면 영웅이 된다." 
그 영웅의 실상은 어떠한 것이었습니까?

나폴레옹은 1804년 5월 28일에 제정을 선포하고 황제에 등극합니다. 그리고 프랑스대혁명으로 폐기되었던 앙시앵 레짐 때의 것과 비슷한 여러 제도를 만들고, 언론을 통제하는 등 독재체제를 강화하게 됩니다. 
이제는 이러한 독재체제 덕분에 나폴레옹은 여론에 신경쓰지 않으면서 여러 해 동안 전쟁을 치를 수 있게 된다는 거지요. 그러므로 적어도 이후의 전쟁은 방위를 위한 전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순전히 나폴레옹의 야망과 정복욕, 권력의지에 의해 수행된 전쟁이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1812년 러시아 원정 당시에는 45만 병력 중 살아돌아온 사람이 1만명이 채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나폴레옹 통치기간 중 프랑스 인구 1/6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죽어 출생률도 크게 낮아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나폴레옹을 우리 정신사의 법정같으면 어찌 "영웅" 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줄 수 있겠습니까? 

<결론> 
"수백만 인민을 전쟁터에 몰아넣은 나폴레옹은 영웅으로 추앙받는 데, 버러지 같은 전당포 노파 하나 죽였다고 자신은 왜 범죄자가 되어야 하느냐" 라고 항변하던 라스꼴리니코프의 비애는 바로 서구정신사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입니다. 
결국 라스꼴리니코프의 불행은 그가 터무니없는 서구적 사유체계(즉 영웅론)의 희생물이었다는 데 있지 않을까요? 


(2) 영웅과 군자(성인)의 차이 


영웅에게는 과정이 없습니다. 업적만 있을 뿐. 
알렉산더에게 매듭을 보여보십시오. 
거기에는 매듭을 풀기 위한 고뇌어린 표정이 없습니다. 
오직 단칼만이 있을 뿐. 
영웅은 생전에 "업적"을 남기고자 합니다. 
군자는 죽어서 "정신"을 남깁니다. 
영웅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오직 그의 시대만 있을 뿐. 
영웅에게는 문화가 없습니다. 신화가 있을 뿐. 
영웅에게는 언론이 없습니다. 아부가 있을 뿐. 
군자에게는 추상같은 춘추의 비판 정신이 있지요. 

영웅의 죽음은 그 자체가 비극입니다. 
나폴레옹을 보십시오. 
프랑스는 보수 반동의 대가 이웃 오스트리아의 메테르니히가 접수하고 프랑스 대혁명의 성과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알렉산더를 보십시오. 
마케도니아는 이름없는 변방의 소국으로 전락, 오늘날에는 존재도 없지요. 
시이저를 보십시오. 
공화정의 역사는 흘러간 옛노래. 
징기스칸? 
오늘의 몽고는 그 추억으로 산다고 하지요. 
진시황제? 
중국역사상 단명의 왕조. 

무엇보다 소름끼치는 것은 영웅의 갑작스런 죽음입니다. 
역사변동의 물리적 역학관계상 영웅의 "느닷없는" 죽음은 권력의 무중력 상태를 초래, 
그것은 분열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분열은 비극으로. 
연개소문, 쿠데타로 집권 (우리 역사상 쿠데타의 원조) 
→ 연개소문 갑자기 죽다, 대책도 없이 
→ 권력의 무중력 상태 
→ 3갈래 분열 (남생, 남건, 연정토) 
→ 호시탐탐 신라의 어부지리 
→ 아, 고구려 
박대통령, 쿠데타로 집권 
→ 박대통령 갑자기 죽다, 대책도 없이 
→ 권력의 무중력 상태 
→ 3김 분열 
→ 호시탐탐 전두환 장군 권력장악 
→ 아, 5·18 

영웅의 업적은 물론 대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한사람의 영웅을 만나는 대신 역사가 지불해야 하는 댓가는 너무 엄청납니다. 

교훈 ; 
조선일보식으로 한다면 박대통령을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박대통령을 결코 군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우리 정신문화의 위기 그것은 소위 "영웅" 박대통령이 남긴 유산이 아닐까요? 우리는 이제 그것을 "군자"의 정신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이상 조사연 올림







┃-------------------- 원본 글 ---------------------
┃◆ 글쓴이 : 조사연
┃◆ 날 짜 : 02-10-25 오후 12:42:21
┃◆ 제 목 : 성인(군자)과 철인, 영웅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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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원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파자(破字; 한자의 자획을 나누어 살펴보는 방법)이다. '성인'의 한자어 '성聖'을 파자해 보면 '耳+口+王'이 된다. 여기서 '口'가 옛 임금들이 제사지낼 때 쓰던 제기 (祭器)를 의미한다든지 혹은 민중을 뜻하는 人口, 食口 등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口'와 '王'의 의미는 쉽게 연결될 수 있다. 성인이라는 글자는 하늘에 제사지내는 제사장 혹은 정치적 최고 지도자인 임금의 신분을 가진 사람이라는 풀이가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耳'이다. 왜 성인이라는 말에 귀(耳)가 들어 있을까? 성인과 귀는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우리는 바로 이 점에서 중국 철학에서 말하는 성인의 모습에 대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된다. '성'자에서 드러나는 성인이란, '하늘의 명'(天命)에 잘 순응하고 민중의 목소리에 정성껏 귀기울이는 사람 그 자체이다. 여기에서의 성인의 모습은 명쾌한 논리와 온갖 웅변으로써 자신의 말을 설득력 있게 전하는 지자(知者)의 '말함'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열심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현자(賢者)의 '들음'의 모습이다." 
┃- 김득만·장윤수, 중국 철학의 이해, (예문서원,2000), 1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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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의 <성인>과 플라톤의 <철인>, 헤겔의 <영웅>과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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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라는 개념은 퇴계 뿐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통사회 일반의 이상적 인물을 징표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즉 성리학(주자학)의 추상적 성인 개념은 물론, 양명학에서는 "저자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성인이다"라고 할 정도로 대중적인 성인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동학에서도 시천주(侍天主)의 신앙에 의해서 누구나 천주를 마음에 모시면 신분에 관계없이 그 날부터 군자가 된다고 하여 군자 개념을 세속화시켰고(신일철, 동학사상의 이해,사회비평사,1995,94쪽), 백범 또한 백범일지에서 "문화건설의 사명을 달한 민족은 일언이 폐지하면 모두 성인을 만드는 데 있다"고 하여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되는 세계를 꿈꾸었다는 것이지요(김구저, 도진순주해,백범일지,돌베게,1997,432쪽). 
┃
┃그러나 플라톤의 경우 "모든 사람이 철인이 되는 사회"라든가, 헤겔의 경우 "모든 사람이 영웅이 되는 사회" 같은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꿈꿀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런 말은 논리적으로 성립이 안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철인, 영웅의 개념 징표인 <선의 이데아>, <절대정신>의 구조가 성인의 개념 징표인 <태극=理> 개념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외적으로 이탈리아의 맑시스트 안토니오 그람시는 그의 옥중수고에서 "모든 사람이 철학자이다", "모든 사람이 지식인이다"라고 있는 바 이는 동양적 맥락에서 오히려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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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에서는 이러한 理개념과 이데아, 절대정신의 개념을 중심으로 성인과 철인,영웅이 어떻게 구별되는지 살펴 보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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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인과 철인, 영웅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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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理氣論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理氣論이란 쉽게 말해서 理와 氣의 개념을 가지고 우주와 자연과 인간과 역사를 설명하는 이론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理는 무엇이고 氣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우주와 세계와 인간이 그러하듯 풍부한 개념이어서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우나 대체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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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질적인 것과 현상적인 것 
┃* 형이상과 형이하 
┃* 만물을 낳는 근본과 만물을 낳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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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러한 理와 氣 개념의 조화와 통일에 의해 실체가 형성되고 또한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理와 氣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서 변화무쌍한 이론들이 도출되며 웅대하면서 역동성있는 사유의 세계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또한 理氣論은 우주론이기도 하면서 인간론이기도 하고 우리가 이해하기에 따라서는 풍부한 역사철학적 사고를 전해주기도 하는 사유체계입니다. 
┃
┃1) 먼저 理氣論의 기본 구도는 인간이 理와 氣 개념을 매개로 해서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니, 그것은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