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소주> - 열린사회 혁명의 술


앞에서 저는 칼 포퍼가 말하는 바 열린 사회의 논리를 바로 성리학 시스템이 담지하고 있음을 살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칼 포퍼는 부정했지만) 열린 사회에서도 혁명 이론이 가능하다고 보고 그 내용을 이렇게 정리한 바 있습니다. 

첫째- 전제(혁명이 문제되는 상황) 
앞에서 칼 포퍼의 대안의 논리인 점진적 사회공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둘째- 목표, 지향 
인간성이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조화로운 공동체 사회, 인간다운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 소외와 왕따가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변혁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사회를 "大同社會"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성리학적으로 말하면 <理 개념의 사회적 표현>이라 할 것입니다. 즉 맑고 푸른 하늘과 같은 사회!! 

셋째-주체 
인문 정신을 가치의 중심에 주고 지향하고 노력하는 자, 자신의 본성이 天命에 닿아 있음을 자각하고 그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자, 또한 敬의 수련을 통해 내적 자기 규율이 엄격한 자 

넷째-실천 윤리 
바로 敬의 윤리입니다. 대동사회에 대한 청사진 못지 않게 그 실천 윤리도 "수레의 두 바퀴"."새의 양쪽 날개"처럼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敬의 윤리는 개인의 자기 성찰,수양의 원리를 넘어 사회적 실천 윤리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할 것입니다. 이것은 목표나 이상 못지 않게 절차 과정의 순수성 윤리성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섯째-교육의 중요성 
열린 사회의 혁명이란 결국 인간 정신의 고양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할 것이므로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교육이야말로 열린 사회의 혁명의 최선의 수단인 것입니다. 

여섯째-시간성의 문제 
급진 점진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열린 사회의 혁명은 영원한 것입니다. 

저는 퇴계의 사상이 바로 "열린사회의 혁명성"을 담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퇴계는 16세기 사화의 시대의 본질을 인간 정신의 문제로 보았습니다. 거기서 理 중심의 철학이 도출되어 나온 것이며 "理發"을 강조함으로써 정신의 창도성, 그 혁명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러한 명제로 나타났다고 저는 봅니다.

"理發而氣隨之"
(理가 發함에 이에 氣는 뒤따른다)

그러나 퇴계의 혁명성은 열린 사회의 혁명성입니다. 이것이 칼 포퍼가 지적하고 있는 바 플라톤,헤겔,마르크스 등과의 차이인 것입니다.
퇴계는 그 혁명의 수단을 <교육>에서 찾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퇴계가 전국 각지에 서원 건립 운동을 펼쳤던 것은 교육을 통해서 시대를 경륜할 엘리트들의 저변확대를 도모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것은 정암 조광조가 소수엘리트에 의한 위로부터의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데서 교훈을 얻었음에 틀림없는 것입니다..
퇴계의 혁명이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고 묻는다는 것은 우문입니다.
왜냐하면 퇴계에게 있어서 혁명은 영원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혁명을 해야 한다는 것을 퇴계는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열린 사회의 혁명은 영원한 것입니다.
그것은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혁명입니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역사도 영원하고 혁명도 영원한 것입니다.

그 퇴계의 혁명정신은 오늘에도 힘차게 살아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열린사회의 혁명성"을 기가 막히게 상징하고 있는 것이 안동에는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안동 소주.
25도짜리(요즈음은 23도) 밋밋한 화학 소주가 판치던 세상에 혜성같이 등장했던 45도짜리 순곡주.
그것은 무엇보다 화끈합니다. 이게 혁명의 느낌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것은 맑고 깨끗합니다. 이것은 혁명의 이념, "하늘(天卽理)"의 속성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것은 뒤끝이 깨끗하다. 바로 이것이 열린 사회의 혁명의 모습이 아니고 무엇인가.
서구식 닫힌 사회의 혁명의 특징은 뒤끝이 더럽다는 데 있습니다. 즉 순교자를 양산하면서 반동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지요. 서양근대사의 혁혁한 이정표라고 하는 프랑스대혁명도 미시적으로 확대경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혁명의 과정은 "혼돈의 소용돌이"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길로틴에서 판데기처럼 잘라지는 목이 수백, 기천이었으니, 그 순교자들의 원한이 씨앗이 되어 반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것이 "테르미도르의 반동"이었습니다. 그리고 나폴레옹 시대로 이어지고 나폴레옹의 몰락과 더불어 메테르니히가 주도하는 보수반동 시대로 접어들면서 프랑스대혁명의 정치적 성과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안동소주, 그것은 열린사회의 혁명의 술입니다.
이 안동소주를 주제로 시를 읊은 사람도 있으니, 그 사람은 안동의 여인이었습니다.
안동 출신의 여류시인 류안진 교수(서울대)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안동 소주"


이 풍진 세상을
아모리 아모리
저 세상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해도

때없이 맞닥치는
겨울비같은 좌절과 낭패를
들켜지고 마는 굴욕과 수모...를
불싸질러 흔적없이 사루어주는
45도 火酒 안동소주

사나이의 눈물같은
피붙이의 통증같은
첫사랑의 격정같은 내고향의 약술 그 얼로 취하여

이 풍진 시대도
저 시대의 너털웃음 웃어가며
성큼성큼 건너뛰며 나 살으리

-류안진 시집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어라"에서-


그렇습니다. 열린 사회의 혁명은 적이니 동지니 어쩌고 하는 쫀쫀하고 각박한 차원이 아닙니다.
"시대의 너털웃음 웃어가며 성큼성큼 건너뛰는 것"
바로 이것이 열린 사회의 혁명의 모습이 아닐까요?
오오, 안동소주여 영원하라
열린 사회의 혁명이 영원하듯이...


이상 조사연 올림    
  




┃-------------------- 원본 글 ---------------------
┃◆ 글쓴이 : 조사연
┃◆ 날 짜 : 2002-10-26 오후 1:17:17
┃◆ 제 목 : 열린사회의혁명-칼포퍼가동쪽으로간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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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회의 혁명 - 칼 포퍼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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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듯 "혁명" 하면 손사래부터 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아마도 폭력과 유혈, 혼란이 수반되기 마련인 서구적 혁명 개념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제가 말하는 혁명 개념은 서구적 혁명 개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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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의 글(진보 개념의 허구성)에서 역사를 "현실의 변화(氣)와 그에 관계하는 인간 정신(理)의 대응 내지 궤적"이라고 본다고 하였습니다. 
┃현실의 흐름이 왜곡되거나 잘못되어 간다고 판단할 때, 그 흐름을 확 바꾸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고 또 사실 그러해 왔습니다. 그 근본적인 변혁 그것을 저는 혁명이라고 정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혁명이야 말로 가장 인간적인 행위"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역사는 영원한 것이고 따라서 혁명도 영원한 것입니다. 
┃그만큼 저는 인간 주체의 의지를 강조하는 입장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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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양의 플라톤이나 헤겔 그리고 마르크스의 경우에는 인간 주체는 "이데아"라든가 "절대정신", 그리고 "경제법칙" 등 인간 외적인 또는 초월적인 개념에 오로지 종속적입니다. 즉 플라톤의 철인은 이데아의 계시에, 헤겔의 세계사적 인간(영웅)은 절대정신의 奸計(die List der Vernunft)에, 마르크스의 프로레타리아는 경제결정론에 따라 역사적 행위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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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저는 동일한 혁명 개념을 사용한다고 할지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서구식 혁명 개념과는 그 논리 구성을 달리 한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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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의 글에서 칼 포퍼의 개념을 원용하여 서구적 혁명 개념을 "닫힌 사회의" 혁명이라고 할 때 제가 추구하는 혁명 개념을 이렇게 이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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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회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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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구체적인 내용을 칼 포퍼의 이론과 대비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제 글의 목차를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1)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의 경우 
┃(2) 칼 포퍼의 열린 사회의 대안,점진적 사회공학과 그 한계 
┃(3) 성리학의 경우 - 열린 사회의 논리 
┃(4) 열린 사회의 혁명 
┃(5) 結- 열린사회 혁명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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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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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포퍼는 바람직한 사회의 모형을 열린 사회라 규정합니다.그리고 그 대표적인 특징을 "비판을 허용하는 자유 사회"라고 설명합니다. 반면 닫힌 사회는 마술적 금기와 독단이 지배하는 억압 사회라고 규정합니다. 
┃그러한 억압사회의 논리를 제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들로 칼 포퍼는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를 들면서 그들을 이른바 열린 사회의 공적 3거두로 지목하고 있는 것입니다. 
┃
┃칼 포퍼는 닫힌 사회의 역사철학을 "역사주의"라고 명명하면서 비판의 초점을 주로 여기에 맞추고 있습니다. 역사주의란 한마디로 역사가 필연적인 역사법칙에 따라 전개되어 간다는 주장이라 하겠습니다. 
┃그는 역사주의의 주요 특징으로서 두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1) 유토피아주의 
┃2) 역사적 결정론 
┃
┃이 역사주의는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바, 인간의 역사를 주관하는 역사의 神을 예정하는 소위 진보론자들의 주장 바로 그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왜 이러한 역사주의를 택하게 되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닫힌 사회 속에 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까? 
┃
┃그것은 역사주의는 유기체적인 전체론에 기초하여 개인을 도구화하며, 거역할 수 없는 역사법칙이라는 것을 인간에게 덮어씌움으로써 인간의 이성을 무력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