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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법
 

방학을 했다. 행복하다. 연수 일정이 잔뜩 잡혀 있고 여전히 거의 매일 출근을 해야 하지만, 얼마간이라도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이다.

오랫동안 별러왔던 오르세전을 보러 갈 것이다. 진작 사 두고 읽지 못한 사진관련 책도 읽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라도 우리집 아이들과 머리위로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을 보며 야영을 할 것이다.

나는 이미 종업식을 한 지난 금요일 오후, 카메라를 들고 능소화를 찍으러 갔다. 오래 전에 나 자신과 한 약속이었다. 올해는 꽃이 지기 전에 꼭 능소화를 찍으러 가자고. 이미 얕은 바람에도 능소화는 송두리째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요염한 자태를 담 너머로 흘리며 내 앵글 속으로 들어온 능소화를 보았다. 행복했다.

아이들에게 자주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타인을 사랑하는 것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고.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연애가 시작되면 너의 눈에는 비로소 너 자신의 모습이 보이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애틋한 사랑이 자라날 거라고.

아이들도 방학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더러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고, 학기 내내 저녁시간 미용실에서 일을 배운 대현이는 방학기간 만큼은 푹 쉬겠다고 일을 그만뒀다. 그러나 여전히 대현이는 바쁜 방학을 보낼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아이들은 또 나와 만날 것이다. 캠프를 함께 하고 나의 등산길에 마지못해 하면서도 따라나설 것이다. 밥 사달라는 놈도 있을 것이다. 아예 뷔페집 앞에서 진을 치고 나에게 전화를 걸지도 모를 일이다. 장마처럼 길고 지루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부지불식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에게 어찌 살아야 할지를 물어올 것이다. 풀리지 않는 고민 보따리를 풀어놓고 함께 날밤을 샐지도 모르겠다.

어느 시인은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고 했다. 나도 살아오는 동안 많은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살았다. 지금이라도 나는 나 자신에게 좀 더 진지해지고 좀 더 미안해하며 나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아이들아, 내가 너희들의 부름에 응답할 수 있으려면 나도 내 자신에게 묻고 답하고, 진한 연애를 할 시간이 필요하단다. 내가 싫어지면 너희들도 싫어질지 모르니까. 잠시 내 전화기가 꺼져 있더라도 이해를 바란다!

* 이 글을 쓴 피재현님은 시인이며 현재 나섬학교 교사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영남일보 '문화산책'에도 실렸습니다. 


2007-07-23 오후 1:55:53 / 피재현객원기자 (ppppp2001@hanmail.net)
©2023 andong.net
2007-07-23 오후 1: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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