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칭 우리말로 ‘외내’라 불려온 역사와 전통이 고동치던 마을은 광산김씨 예안파의 세거지로서, 예전에는 이곳 유적지에서 2km 정도 아래에 있었다.
영남 땅 북쪽 낙동강 유역에 역사의 고장 안동이 있고, 지금은 안동의 한 지역에 불과하지만 옛적에는 독립된 현이었던 해동 유학의 근거지 예안이 있었다. 옛날 예안현은 넓이가 동서가 불과 60리, 남북이 30리 정도로 조그마한 현이었으나, 그 풍광은 매우 뛰어났던 것 같다. 늑로 권시중은 선성지의 서문에서 예안의 풍광을 아래와 같이 예찬했다.

대개 예안현의 풍광은 조물주가 특별히 생각하여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왜 그러한가. 북쪽으로는 용두산이 기대고 남쪽으로는 어탄산이 맺혀 있으며, 서쪽에는 호암산이 솟았고 동쪽으로는 용추가 펼쳐져 사방이 갖춰지지 않음이 없다. 문 앞에는 낙동강이 태백의 황지에서부터 천 구비 만 구비 쳐 예안현 경계에 이르러 현의 중심인 청량과 건지 두산 틈새를 뚫고 흘러내린다. 더러는 연못을 만들어 조용히 흐르다가도 혹은 바위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기도 하고, 깊은 연못과 드넓은 여울에는 아침 햇살이나 저녁 노을을 머금기도 하니, 기기묘묘한 바위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어 고금의 선현이나 대인들은 이곳에 와서 경치를 감상하고 시를 읊조리며 ‘진경’이라고 칭찬하지 않음이 없었다.
이곳에는 ‘구곡’이라는 아름다운 명칭이 있어 왔다. 박석, 월명, 백운, 단사, 토계, 분천, 월천, 비암, 오천 등 아홉 군데가 바로 그것이다. 옛사람들이 일컬은 것이 이와 같으니 어찌 하늘과 땅 사이에 별천지가 아니겠는가.
오천으로부터 상류로 거슬러 올라 한 걸음 한 걸음 빼어난 경치를 찾아본다면 굽이굽이 마을마다 기이한 형상들이 곳곳마다 달라 유람하는 흥미가 구곡에 이르도록 스스로 그만둘 수 없게 된다. 만약 주회암선생으로 하여금 예안 고을의 구곡을 볼 수 있게 하였다면 이곳을 ‘무이구곡’과도 그 우열을 가늠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이중환도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안동, 예안에 살고 싶어라’라고 예찬했다. 외내는 바로 그런 예안현의 남쪽 낙동강 기슭에 자리잡은 마을이었다. 외내의 한자 이름은 오천이며, 이와는 달리 외내는 군자리로 사림 사이에 호칭되어 왔다.

외내는 수몰 전 마을 앞을 흐르는 시내가 한 줄기로 맑은 개울을 이루면서 동남쪽으로 흐르다가 본강인 낙동강과 합류하였으므로 기인된 이름이라 하며, 또한 이 내는 물이 맑을 때 물밑에 깔린 돌을 멀리서 보면 검게 보인다고 하여 ‘오천’이라 하는데, ‘까미귀 오’자를 이두식으로 읽으면 ‘외’자와 통한다고 한다. 근래에 들어 ‘광산김씨 오천유적지’가 들어선 곳을 ‘성틀’이라 부르는데 나지막한 산이 유적지 주위를 감싸고 있어 성곽처럼 보인다하여 기인된 이름이다.

안동 민속박물관에서 펴낸 안동의 지명유래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참고로 안동에서 또 ‘외내’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현재 행정구역상 녹전면 원천리에 속한 마을로 간재 이덕홍의 후손들이 수백 년간 세거하여 왔다. 와룡의 외내보다는 ‘외’자를 조금 강하고 짧게 발음하여 구분한다. 사실 안동에서 대대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발음만 정확하게 한다면 이 두 곳을 쉽게 구분한다.
수려한 산천, 자연 풍광의 혜택을 넉넉히 받은 외내 군자리!
강원도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청량산 아래서 크게 한 굽이 굽어 도는 곳에 예안현이 있었다. 외내는 그 예안현에서 남쪽으로 7마장 가량 되는 곳에 위치한 마을이었다. 이 마을 앞으로 낙동강은 화살의 시위 모양이 되어 맑은 물소리를 내며 흘렀고, 희고 고운 모래톱도 펼쳐져 있었다. 또한 마을 뒤에는 태백산맥의 갈래들인 산들이 솟아 있었다. 봄에는 진달래, 철쭉이 붉게 피었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 사이로 새들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가을에는 오색 단풍이, 겨울에는 흰눈이 묏부리와 골짜기를 덮어 절경을 이루었다. 이런 자연 환경의 혜택 속에 외내에서 반 천년 동안 광김일족이 삶을 영위하였던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옛날의 외내는 김효로의 정착 이래 예안 아니 영남의 명가로서,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인물을 배출하고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지금 외내는 옛날 그 자리에 있는 마을이 아니다. 어디 외내 뿐이겠는가? ‘정승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다’는 부내를 비롯한 많은 이름난 마을이 안동댐 건설로 사라졌다. 구비마다 마을마다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던 풍광도 이젠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조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뼈아픈 상처인지도 모른다. 지금 그 손익계산을 따져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때 이곳에 살던 광김 일족은 수침선 밖으로 가옥과 누정, 전적 등 중요 문화재를 옮겨 새 외내(군자리)를 이루어 놓았다. 어차피 제자리에 있을 수 없다면 한 곳에 집단화시키는 것이 당시로는 최선책이었을 것이고, 지금 생각해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군자리！ 참으로 좋은 이름이다. ‘군자’란 말은논어나 주역과 같은 경전은 물론 개인의 문집에서도 무수히 많이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너무 좋은 말이라서 사람이나 식물(대나무, 연꽃, 국화), 나아가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많이 쓰였고, 이로 인한 많은 파생어도 남겼다. 예로부터 ‘군자’란 이름은 대체로 학식과 덕망이 높은 사람에게 붙이는 이름이기 때문에 선망의 대상이었다. 물론 ‘군자’라는 말에는 이런 의미 외에도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 임금, 남편, 임금을 가까이하여 은총을 받은 사람, 대나무 연꽃 국화 따위의 딴 이름 등 다양한 의미가 있다. 그래서 강당이나 정자 등에 군자란 이름을 붙인 것은 비교적 많이 볼 수 있어도 마을에 군자란 이름을 붙인 곳은 쉽게 볼 수 없다. 군자들이 사는 마을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외내는 예로부터 영광스럽게도 당당하게 ‘군자리’라 불려왔다.
오늘 이 시점에서 돌이켜 본다면 과거의 군자리는 참으로 이름난 마을이었다. 앞으로 군자리에는 과연 어떤 역사가 전개될 것인지 아무도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난 역사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앞으로 군자리의 장래도 무척 밝을 것이다. 앞으로 군자리가 과거의 찬란한 역사와 전통에 뒤지지 않는 새로운 마을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 자리에 선 사람들아, 고개를 들자. 그리고 바라보라. 이 나무는 나무이면서 우리의 몸집이며 정신이다.
<중략>
오늘을 사는 우리는 새삼 이 나무 앞에서 옛일을 되새기며 새날을 열려는 뜻을 세워야 한다. 여기 선 이 느티나무(*군자리의 상징수)처럼 튼튼하게 뿌리를 대지에 뻗고 끊임없이 하늘을 우러러 해와 달, 별자리를 겨냥하는 기상과 슬기를 다져 나가자.

라는 상징수 동판에 새겨진 김용직교수의 글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사실 오천 문화재 단지는 광산김씨의 소중한 역사이면서 동시에 우리 겨레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오천 문화재 단지의 구석구석에서 우리는 결코 소홀히 보아 넘길 수 없는 자랑과 애정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광산김씨 예안파에서 엄청난 노력과 적지 않은 자산을 투입하여 굳이 이 문화재단지를 만들고자 한 것은 그것이 과거의 자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자산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오천군자리?의 간행사에서도 “이제 우리가 새 고향 새 터전을 한마음 한뜻으로 이룩하였으니 앞으로 우리 후손들은 빛나는 조상들을 배우고 익히는 교육의 도장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모두 이러한 광산김문의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