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과 저승의 행복한 축제, 진도씻김굿

 

오랫만에 전남 진도에 다녀왔다.

 

붉은 빛을 자랑하는 황톳길과 지평선이 펼쳐지는 김제평야를 지나, "목포는 항구다" 노랫가락에 흥얼거리다 보니 어느새 진도대교를 넘고 있었다.

 

진도군 지산면 인지리, 인간문화재 박병천 선생의 집...

 

오늘 씻김의 주인공이 바로 박선생님의 부인이다. 3년전 사별한 부인의 씻김굿을 그 남편과 아들, 딸들이 직접 연행하는 것이다. 

 

아비는 징을 치고, 큰아들은 대금을 불고, 작은아들은 피리를 부는 가운데 딸이 주무(굿판을 주도하는 무당)가 되어 굿판을 벌였다.

 

어미의 극락천도를 위한 이번 씻김굿은 온가족이 주체가 되어 서로 메기고 받으면서 저승문을 활짝 열고, 이승에서의 모든 회한과 설움일랑 남김 없이 씻어내는 축제의 장이었다.

 

울음바다가 되었다가도 어느새 웃음판이 되고, 망자의 저승길을 가로막는 모든 요소들을 풀어내는 '고풀이'가 이어진다. 이웃주민들과 구경꾼들 역시 함께 울고 웃기를 반복하다, 고인의 극락왕생을 확신하고 자신들 역시 개운한 느낌을 가지고 돌아간다.

 

천도와 절연, 즉 망자를 좋은 곳으로 보내고 살아남은 이들 역시 망자를 잊고 편한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전통적인 문화 장치가 바로 씻김굿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