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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문화콘텐츠, 이런 생각은 어떨까?
 

요즘 ‘문화 콘텐츠’란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문화콘텐츠(Culture Content)란 창의력, 상상력을 원천으로 문화적 요소가 체화되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Cultural Commodity)을 의미’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문화콘텐츠의 창작 원천인 문화적 요소에는 생활양식, 전통문화, 예술, 이야기, 대중문화, 신화, 개인의 경험, 역사기록 등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안동에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해서 사업을 구상하는 단체도 몇 곳 만들어지고 아예 전통문화콘텐츠 박물관도 생겨났다. 아무래도 안동에서는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문화콘텐츠를 구성하는 것 같다. 전통적인 생활공간인 고택, 전통음식, 역사 기록물, 그리고 이런 요소들을 표현하는 사진, 그림들을 중심으로 상품을 개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나도 안동사람인지라 이런 문화콘텐츠의 혜택을 받기도 하고, 구매자가 되기도 한다. 고택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참석한 일도 있고, 고택에서 회식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루어지는 노력 중에 뭔가 부족한 것이 있어 보인다. 외국 관광지를 다녀보면 별 것도 아닌 유적이나 유물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이야기 중에는 사실인 것도 있고, 창작인 것도 있다. 역사 자체도 과장해서 기록된 부분이 많으니 창작의 요소도 포함하는 것이다. 전통문화 중심의 문화콘텐츠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고택, 전통음식, 경승지, 유명 역사인물 등 다양한 문화적 요소에 이야기가 따라줘야 한다. 그 이야기는 기록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창작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사실로 믿지 않을 이야기라면 재미를 위해 약간씩 가감한다고 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편, 전해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란 세대가 사라지기 전에 이들로부터 이야기를 채록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안동의 옛 유명 인사들의 뒷이야기를 잘 알거나 옛 지형지물을 잘 아는 전문가를 찾아서 그런 이야기들을 기록해두는 것도 시급하다고 하겠다.

나름대로 생각하던 문화콘텐츠의 구성요소로서의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사실과 나 개인의 상상력이 결합된 것으로 약간의 뻥도 포함된다.

1. 백마타고 오는 초인과 공룡 발자국

도산면 낙동강변의 퇴계 오솔길은 전형적인 문화콘텐츠라고 할 수 있겠다. 퇴계라는 유명한 역사인물이 거닐던 낙동강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관광자원으로 만들었다. 그 길 가운데 최근 발견된 공룡발자국이 있다. 이곳의 공룡발자국은 말발굽 정도의 작은 발자국들이 떼로 몰려있다. 공룡발자국 자체만으로도 퇴계 오솔길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된다. 여기에 이야기를 덧붙여보자.

안동의 어느 시인의 말에 의하면 육사의 고향 원촌리에는 어떤 전설이 내려온다. 아주 먼 옛날 원촌리 인근 낙동강 강변에서 좋은 무리와 나쁜 무리 사이에 전쟁이 있었다. 좋은 무리가 전쟁에서 밀리고 있었는데 백마를 탄 어떤 장수가 홀연히 나타나 나쁜 무리들을 물리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내용이다. 그 시인은 이 전설이 육사의 시 광야의 소재로 채택되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문학적으로 그런 소재가 시에 채택되었느냐 아니냐 하는 논쟁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 전쟁이 있었던 장소다. 전설에 그 장소가 어디로 비정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공룡발자국이 있는 그 자리를 전설의 현장으로 생각하고 싶다. 지질학적으로는 공룡발자국이지만 그 구멍들이 전설 속의 장수가 타던 말발굽에 패인 흔적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그러면 전설은 좀더 생생해지고 공룡발자국은 초인이 타던 백마의 발자국으로서의 지위도 부여받게 된다. 큰 바위에 찍힌 자국과 하늘로 올라간 천마, 그리고 전설의 장수는 이땅에 수도 없이 전해진다. 퇴계 오솔길의 공룡발자국이라고 그런 전설의 무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 그 공룡발자국은 원촌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육사가 어린 시절 그 인근에서 놀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발자국들이 지질학적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공룡발자국-백마타고 나타난 장수의 전설-육사의 시 광야에 보이는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연결되는 이야기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공룡발자국 인근에 지질학적 의미, 원촌리의 전설, 육사의 광야를 이어주는 안내문을 설치한다면 훨씬 더 풍부한 내용을 가진 자원이 되지 않을까? 지어낸 이야기가 부담스러우면 김모모는 그렇게 상상한다든지, 김모모가 지어낸 뻥이라든지 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2. 도산매

요즘 “도산매가 피면 안동 남자들 가슴엔 바람이 인다.”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 별 근거도 없는 이야기다. 그래도 3월 말이 되거나 도산서원을 가게 되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퇴계 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매분에 물을 주라고 한 일화는 안동 사람이면 대부분 아는 이야기다. 봄이 되면 남자든 여자든 기분이 들뜨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런데 왜 도산매가 피면 바람이 이는가?

최인호의 소설 유림에는 퇴계와 단양 기생 두향의 로맨스가 언급되어 있다. 이것도 어느정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최인호는 퇴계 선생이 아꼈던 그 매분을 두향이 선물한 것으로 설정한다.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그렇게 만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최인호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역사를 왜곡할 수 있다고. 후세에 가면 정말 다들 그렇게 믿을 수 있다고. 중국 삼국시대의 역사를 진수의 삼국지가 아닌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도 많은 것처럼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도 나는 도산서원의 매화에 최인호의 소설에 나오는 로맨스를 입히고 싶다.

어느 봄날 시를 쓰는 선배 선생님이 “지금쯤 도산매가 피었을라나?”라고 한 말에 힌트를 얻어 그 후로는 “도산매가 피면 안동 남자들 가슴엔 바람이 인다.”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 나의 이 말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데 역할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런 말이 도산매를 더 로맨틱하게는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국화차와 귀거래사

몇 년 전부터 안동의 국화차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화 재배단지인 봉정사 아랫동네에서는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지난해 축제 현장에 가본 경험으로는 축제는 성공적이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축제가 크게 이루어질 것 같지도 않았다.

국화를 재배단지에만 묶어두지 말고 시내로 끌고나오는 방법은 없을까? 안동의 낙동강 가에 옛날부터 있던 정자가 있다. 귀래정이다. 지금의 정상동과 정하동은 이 정자를 기준으로 지어진 이름인데 정자 윗동네와 아랫동네란 뜻이다. 귀래정의 이름은 당연히 귀거래사에서 왔을 것이다. 귀거래사를 지은 사람은 도연명이고 도연명은 국화를 지독히도 사랑했다. 그가 사랑한 것은 술과 국화뿐이었으리라. 강건너 임청각도 귀거래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귀거래사 말미에 나오는 맑은물 가에서 시를 지으리란 뜻의 임청류이부시(臨淸流而賦詩)에서 따온 이름이다.

귀래정과 임청각 주변에 많은 국화를 심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국이나 일본 같은 유교문화권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면 그 두 곳을 방문하도록 권한다. 귀래정 주변에서 원이 엄마의 편지 이야기를(사실 편지에 나오는 원이는 귀래정을 세운 분의 후손), 임청각에서 항일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덧붙여 공자의 유교가 도산서원에서 꽃을 피웠다면 도연명의 이상은 안동의 낙동강 강변에 있는 두 정자에서 결실을 맺었다고 약간 뻥을 친다. 두 정자를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는 반드시 국화차를 대접한다.

그리고 인근에 국화차 판매점을 설치하고 국화차를 팔기도 한다. 안동소주에 국화차 10여개를 같이 포장하는 방법도 있다. 그래서 술을 마실 때는 이 국화를 병이나 잔에 띄워 도연명 흉내를 내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술자리에는 국화차를 넣고 다니다 잔에 띄워 마시는 유행을 만들까 하는 생각도 있다. 중국 사람들은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국화주를 마시면 장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음력 9월 9일은 안동탈춤축제와 비슷한 시기가 된다. 이날을 국화주의 날로 정하는 것도 괜찮겠다. 새 국화를 수확하기 전에 전해 수확한 국화의 소비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4. 농암종택의 장수 식품

가송리로 옮긴 농암종택은 주변의 풍광과 한적함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농암종택에 살던 농암의 후손들이 조선시대 장수한 사람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80세를 넘긴 사람들이 줄줄이 이어졌다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오랜 세월 장수하기로 유명한 집안이라면 질병에 강한 유전자도 역할을 했을 것이고 후천적 환경도 역할을 했을 것이다.

농암종택의 선대가 오랜 세월에 걸쳐 장수한 사람을 많이 배출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장수와 관련한 기록이나 일화를 개발하면 문화콘텐츠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종택에서 전해온 전통음식을 '장수 식품'으로 개발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겠다. 간고등어, 헛제사밥, 안동식혜, 국화차 등의 음식에 더해 고급 브랜드로 개발해 안동에 오면 농암종택의 '장수 밥상'을 먹어봐야 한다는 이미지를 만든다든지, 칠순, 팔순 잔치를 애일당에서 농암의 방식으로 치르면 그 자손도 장수한다는 말을 만든다든지, '농암 상차림'이라는 일상의 '장수 밥상'을 상품화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5. 서애 관련 민담

4년전 '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전 한국을 걷다'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놀란 일이 있다. 러일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왔던 그 기자는 이땅에 머물 동안 민속학적 자료를 수집하면서 민담도 수집했다. 그런데 그 민담 중에는 서애 유성룡과 관련된 민담이 있었다. 500년 묵은 여우의 입에서 '청기'라는 보석을 뺏아 머리가 좋아졌다는 내용과, 버드나무에서 (이무기가) 용이 되는 꿈을 꾼(서애의 이름 유성룡을 풀면 이렇게 된다.) 어느 규수가 다음날 그 집에 온 서애를 보고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서애와 결혼을 했다는 이야기다. 뭐 둘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지만 이런 민담이 역사적 인물 서애를 왜곡할 것 같진 않다. 이 민담은 당시까지 안동의 여러 자료에서 보지 못한 민담이었다.

시청 담당자에게 이런 민담이 있으니 관광자료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알려주긴 했는데 그 민담이 제대로 활용되는 지는 알지 못한다. 충효당을 갔을 때 밋밋하게 둘러보는 것보다 서애와 관련된 민담을 들려주면 더 재미가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찾으면 이런 기록들이나 구전되는 이야기를 좀 더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이런 이야기들로 유적지, 역사 인물, 경승지에 옷을 입히면 콘텐츠가 좀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2009-04-09 오전 10:03:24 / 김종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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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9 오전 1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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