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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옥의 고향편지 - 수몰, 물 속 고향이 그리운 날에
맨 땅을 밟고 걸어가고 싶다
 

 친애하는 투에게

어떤 영화인지는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줄거리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주인공인 듯 한 이가 죽자 고향마을로 돌아오게 되는데, 고향마을엔 이미 먼저 죽은 자들이 살아있을 때처럼 반갑게 그를 맞이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아마 60, 70년대 우리 농촌 풍경 같기도 한 이 영화의 끝 장면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고 가슴에 남아 웁니다. 특히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말에는 말입니다.

아마 나도 임하댐으로 고향을 잃고 그 언저리에서 늘 수장된 고향을 바라보면서 살아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어지간한 농촌에도 맨땅을 밟을 기회가 참 드뭅니다. 어지간하면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고, 또 마당까지 시멘트로 포장을 하거나 보도블럭 같은 것으로 단장을 하면서 맨땅을 밟을라치면 가까운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거나 산행을 할 때나 가능할 정도니 말입니다.

내 유년의 하루는 시냇가에서 세수를 마치고 마당부터 골목길을 청소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요즘 같은 초가을엔 여명이 밝아오는 대여섯 시 즈음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골목을 쓸기 시작하면 한 식경정도면 끝이 납니다. 그 당시 골목은 아이들 키보다 더 큰 싸리비를 들고 골목 가운데서 양쪽으로 쓰레기를 쓸어나가고 마지막에 쓰레받기로 양쪽으로 모인 쓰레기를 모아 버렸습니다.

집에서 만든 싸리비는 늦가을 키가 큰 싸릿대를 잘라 어른들이 잡기 좋은 굵기만큼 두 가닥으로 나눠 칡이나 철사로 양쪽을 묶고 잔가지 쪽을 무성하게 하여 빗자루로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싸리비는 어지간한 자갈돌도 그냥 쓸려나갔죠.

그래서 시골 골목길은 하나같이 가운데는 평평하지만 양쪽 가장자리가 높았습니다. 새벽 골목길에는 소를 몰고 밭 갈러 가는 이웃, 싸리나무로 만든 바소쿠리(발채)에 거름을 담아 지게를 지고 가는 이웃, 잘 다려진 교복을 입고 대처로 유학가는 이들까지 다양한 군상들을 만나게 됩니다.

골목을 지나는 이웃들은 하나같이 예닐곱의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의 배로(우리 고행에선 별명을 이렇게 불렀다)를 부르며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 시절 인사는 하나같이

“밥 먹었느냐?”로 통일되었죠.

그러면 아이도

“야~, 아저씨 진지드셨니껴?”로 대답했습니다.

요즘엔 ‘밥 먹었느냐’며 안부를 묻는 이가 드뭅니다. 얼마 전 미국에 살다 온 재종형이 마흔이 다된 나에게 코흘리개 적 배로를 부르며 ‘밥 먹었냐’ 하는데 너무 반가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사람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잊고 지내던 유년의 기억이 떠올라서 일 것입니다.

아주 가끔 수몰되기 전 고향집에 가는 꿈을 꿉니다. 삐거덕거리는 나무 대문을 열고 나서면 좁은 골목길이 있고 개울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천방 길에는 며칠 전 내린 비로 물 구경 나온 이웃들을 만납니다. 이웃들 사이에는 20여 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반갑게 맞으며 ‘내 새끼, 일어났나?’ 시며 엉덩이를 두드리죠. 아이는 할머니 치마폭에 안겨 누런 황톳물을 구경합니다.


장 마(졸저)

개울물 밤새 불어

징검다리 숨었다

쑥재마을 새로 생긴 콘크리트 다리목

황토물

허리춤 올라

사납게 다그친다


할매 치마 잡고 나선

천방둑 물 구경

희끗한 눈길에 뱅뱅 도는 먹하늘

연초로

뱉어 낸 한숨

물길로 흐른다


언제쯤 황토 벗고

말간 속 보일까

이제 막 정 붙은 제재소집 막내딸

돌팔매

구멍난 황토물

아이만 약 오른다

*배옥 자유기고가, 시조시인. 


2007-09-15 오전 10:35:37 / 배옥객원기자 (bhg564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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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5 오전 10: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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