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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뿔 - 들어가는 글 (3)
 

 

학생들이 작성한 논술 답안을 검토해 보면 문제의 논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전체 답안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실제 서울권 주요 대학의 논술고사 출제위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신과 수능이 변별력이 떨어지다 보니 논술고사를 시행하긴 하지만 현재 학생들의 논술 답안 작성 능력은 논술고사의 시행 자체를 회의해야 할 정도라고 합니다. 이러한 답안을 저는 개인적으로 사오정 논술문이라고 부르는데, 내친 김에 사오정 이야기 한 토막을 짚어보면서 가야겠네요. 

할머니 사오정이 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네요.

“같이 가 처녀∼ 같이 가 처녀∼”

‘내가 아직도 처녀처럼 보이나? 내 뒷모습이 그렇게 예쁜가?’ 할머니 사오정은 누군지 보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았지만 남자가 실망할까 봐 차마 뒤돌아보지 못했대요.

집에 돌아온 할머니 사오정이 연신 싱글벙글하자 손자가 물었대요.

“할매요, 오늘 뭔 좋은 일이 있었니껴?”

“아까제 집에 오는데 어떤 남자가 내보고 처녀라 카더라.”

손자는 믿기지 않는 듯 “에이, 잘못 들었겠재?”

할머니 사오정이 정색을 하며 “아이다. 내가 단디 들었다카이. 분며이 처녀라 캤대이.” “

그게 누군데예?”

“그야 우예 알겠노. 하여튼 사내들이란. 예쁜 건 알아 가지고….”

 “그럼 내일 보청기 끼고 다시 들어 보이소.”

그래서 이튿날 할머니 사오정이 보청기를 끼고 집을 나섰대요. 근데 하루종일 돌아다녀 봐도
그 남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대요. 내일 다시 나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에 오는데 뒤에서 어제 들었던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겠어요.

“갈치가 천원~ 갈치가 천원~”

 
가볍게 웃어넘길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이왕 이야기를 꺼집어낸 김에 몇 가지만 짚어 보도록 할께요. 할머니 사오정은 생선장수의 소리를 왜 잘못 들었을까요? 

첫째, 생선장수의 말(논제, 논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네요.
할머니 사오정은 자기를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듣고도 어떤 사람이 왜 자기를 부르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네요. 실제 대다수의 학생들이 논술문제를 받아들고는 출제자의 출제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답안 작성을 하는 바람에 동문서답 식의 논술문 작성을 하고 말지요.

둘째, 전후 상황(제시문, 예문, 제시자료)을 살펴보질 않았네요.
설령 사내가 자기를 불렀다손 치더라도 거기에는 그만한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런데 할머니 사오정은 그러한 전후 상황을 살펴보지는 않고 자신에게 프로포즈하는 말로 지레짐작을 하고 말았지요. 마찬가지로 논술 문제에 있어서 제시문(예문, 제시자료)은 분명 문제의 중요한 일부분인데, 많은 학생들이 이를 소홀히 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배경지식(스키마. schma)을 자기 본위로 꿰어 맞추고 있네요.
할머니 사오정은 삼단논법의 오류라는 대단한 자기 착각에 빠져 있네요. '모든 남자는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나는 예쁜 여자다. 그러므로 모든 남자는 나를 좋아한다'는 식이지요. 물론 배경지식은 논술 답안 작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논증의 과정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지적 능력이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를 맹신하여 교과서적인 지식나부랭이를 심지어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용들을 맹목적으로 늘어놓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운동에 빗대어 말씀드리자면 - 솔직히 저는 몸치 축에 들어가기에 운동엔 영 젬병입니다만 - 탁구, 축구, 농구, 테니스, 골프 할 것 없이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입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지요. 시에 대하여 공부할 때에는 시의 개념과 특성을 먼저 알아야 하고, 수학문제를 풀 때에는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을 먼저 찾아낼 수 있어야 하지요. 또한 서예나 판소리, 성악 등을 배우고자 해도 기본기의 수련은 반드시 필요하지요. 이 기본기가 없이는 어떤 공부도 진척을 기대할 수 없으며, 어떤 문제도 제대로 풀 수가 없습니다.

논술은 더욱더 그러합니다. 대학별 논술고사를 통하여 각 대학이 확인하고 평가하고자 하는 사항은 학생들의 대학 공부에 대한 수학(修學)능력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학생들의 수학능력, 곧 기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각 대학이 선택한 평가과목이 논술입니다. 각 대학들이 매년 제시하는 논술답안의 평가기준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평가 기준 >
1. 논제 및 제시문에 대한 이해 및 분석 능력
2. 논술 답안의 논리적인 구성 능력
3.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사고력
4. 정확한 표현 능력

이들 네 가지 평가기준이 바로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가늠자지요. 그런데 어떻습니까? 여러분의 자녀는 논술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으며, 여러분은 논술 공부를 위하여 무엇을 하고 있나요? 혹시 논술공부란 화초에 물을 준답시고 이미 탐스러운 꽃망울을 터뜨린 꽃잎이나 싱싱한 잎사귀에다 화초가 병들고 시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들입다 물뿌리개를 들이대고 있지나 않는지요. 무턱대고 독서 공부를 시키고 글짓기 공부를 시킨다고 해서 학생들의 논술 능력이 길러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화초에 물을 줄 때에는 반드시 뿌리가 흠뻑 젖을 정도의 충분한 물을 화초가 필요로 하는 시점을 택하여 뿌리라는 정확한 지점에 주어야 합니다. 때로는 거름도 주어야 하고요. 이것이 화초를 기르는 사람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기본기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럼 논술을 잘할 수 있는 기본기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이 기본기를 차근차근 쌓아갈 수 있을까요?

* 들어가는 글이 다소 길어졌네요. 뿔이 두피를 뚫고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시간과 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주세요. 다음 호부터 본격적인 논술의 뿔 세우기를 해볼까 합니다.

 


2007-07-09 오후 3:02:30 / 김병진객원기자
©2023 andong.net
2007-07-09 오후 3: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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