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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미술시험
 

내일 치는 미술시험 공부를 하는 중학교 1학년 아들 옆에 앉아서 나도 책을 보고 있었다.

기명절지, 몰골법, 따뜻한 추상, 진경산수화 …. 뭘 열심히 외우는 아이의 웅얼거림을 듣고 있자니 모르는 말이 태반이다. 물론 내가 무식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미술을 전공한 아내도 아이의 질문에 말문이 자주 막히는 걸로 봐서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명절지는 각종 그릇에 꺾은 화훼 가지를 곁들인 그림이다. 몰골법은 윤곽선을 그리지 않고 직접 그릴 대상을 그리는 한국화의 기법이고, 따뜻한 추상은 칸딘스키를 대표 작가로 하는 추상화의 형태로, 작가 자신의 내면의 감흥이나 감동을 비구상적인 형태와 색채로 표현하여 주정적이고 뜨거운 느낌을 구성하는 그림이라고 한다. 칸딘스키, 추상화, 비구상, 주정적, 그리고 진경산수화….

우리 아이들은 그나마 그림 구경을 제법 했다. 서울시립미술관도 가 보고 '마그리트 전'이며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백남준 전'도 다녔다. 그런 건 학교에서는 사실 불가능한 교육이겠지만 요즘 잘 나오는 그림 도록이라도 꺼내놓고 겸재 정선의 그림이나 칸딘스키의 그림을 함께 보고 감상이라도 나눠 본 것일까. 물론실기 중심의 수업이 이뤄지겠지만 미술도, 음악도, 문학도 온통 외워야 할 것들로 인식하며 자라난 아이들이 문화를 향수할 수 있을까. 단정적으로 불가능하다.

문화적 취향과 심미안은 여느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되는 것이다. 은유법인지 의인법인지를 구분하면서 배운 시를 다시 읽고싶어 하는 사람은 아마도 몇 안 될 것이다. 몰골법과 백묘법의 차이를 시험 전날 외운 아이들에게 동양화는 한갓 후진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 바장조를 찾는 문제를 틀려 본 아이는 악보만 봐도 아픈 추억에 시달리게 된다.

예술을 5지선다형으로 가르치겠다는 발상, 중학교 1학년에게 나도 읽지 못하는 한자로 된 백묘법이니 몰골법이니를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외우게 하겠다는 발상은 우리 문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예체능교육환경 개선에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예술교육 학습 내실화 방안'이 그것이다. 대뜸 투자액부터 밝힌 당국의 발상이 '인적자원부'답지만, 안 쓰는 것보다는 낫겠지. 장마철 잠깐 구름 사이로 드러난 해가 반갑듯 '살짝만' 기대를 해볼까

* 이 글을 쓴 피재현님은 시인이며 현재 나섬학교 교사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영남일보 '문화산책'에도 실렸습니다. 


2007-07-23 오후 1:51:36 / 피재현객원기자
©2023 andong.net
2007-07-23 오후 1: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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