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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투(to)양
파짜꼼의 추억
 


친애하는 투(To)양에게

오늘 인터넷을 뒤지다 불연 파짜꼼에 대한 추억이 생각나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초등학교 2, 3학년때 일이니 거의 20여년도 더 지난 일입니다. 아마 당신도 잘 알고 있을 법한 기억 한 토막이 생각나 급하게 편지를 씁니다.

“왜 이싸?”
초등학교 2, 3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몸집이 좋은 중늙은이는 늘 꾀죄죄한 모습으로 시장 좌판 한구석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파짜꼼을 만들어 팔았죠. 매운 연탄불을 피우고 나면 언제 씻었는지도 모를 컵 서너 개와 까맣게 익은 국자 몇 개, 설탕 한 봉과 소다 한 봉, 젓가락 하나, 더 필요로 하는 재료는 없었습니다. 발갛게 피어오르는 연탄불을 앞에 두고 중늙은이는 능숙하게 파짜꼼을 만들어 전시해 두었죠.

20원쯤 했던 것 같습니다.
국자에 설탕 두어 스푼을 넣고 연탄불에 잘 녹인 다음 소다를 젓가락에 조금 묻혀 설탕 녹은 물에 넣어 젖으면 금세 부풀어 올라 작은 빵처럼 동글동글해지는 설탕 덩어리가 만들어 집니다. 시간 조절을 잘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놓치면 설탕과 소다가 타면서 새까만 그을음과 함께 역한 냄새를 풍기죠. 아마 집에서 파짜꼼을 만들다가 시간 조절을 못해 국자를 태워먹거나 설탕을 봉지째 날려 혼이 난 기억이 많을 것입니다.

장날이 아니라도 가끔씩 중늙은이는 시장 장옥 한편에 자리를 차지하고 아이들을 유혹했습니다. 거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죠. 파짜꼼을 양철 판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치며 양철 판으로 눌러 얇게 편 다음 사람형상을 단순화 한  모양이며 별 모양이며 여러 가지 모양을 한 틀로 박아 아이들에게 팔았죠.

틀에 찍힌 모양을 원형대로 뽑아 오면 20원을 돌려주거나 한판을 다시 만들어 주거나 했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이 분야 전문가와 같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조땜(땜쟁이 아버지를 둔 친구라서 별명을 얻었죠)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친구는 거의 실수 한번 없이 척척 뽑아 다시 뽑아 가는데 저는 가장 쉬운 사람 형상 모양도 제대로 한번 뽑지를 못해 부러트리기 일쑤였습니다.

어쩌다 부러진 모양을 침을 붙여 가져갔다가는 금세 들통이 나서
“왜 이싸?”라는 호통을 들어야 했죠. ‘왜 이러느냐?, 왜 거짓말을 하느냐’ 라는 말을 호통과 함께 귀찮다는 듯이 빨리 하면 항상 내 귀에는 “왜 이싸?”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파짜꼼 뽑기는 내게 너무 어려운 숙제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얼치기는 파짜꼼 뽑기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파짜꼼으로 만든 도너츠나 사서 먹었습니다. 소다를 넣어 봉긋하게 솟아오르면 양철판으로 누르지 않고 설탕을 한 번 더 발라 파는 파짜꼼 도너츠인데, 처음에는 쭈욱 늘어나는 맛이 그럴 듯한데 시간이 지나면 말라서 소다 맛 밖에 나지 않는 기이한 도너츠였습니다.

이것 까지는 집에서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분야가 있었죠. 기억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지금 정확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데, 냄새나는 컵에 넣어 만드는 쥬스 같은 것이었는데 누렇고 진득하니 이상한 맛을 내는 음료수인데 가격이 그 당시로는 비싼 50원이라서 자주 사먹을 수도 없었죠. 아주 가금은 그 불량한 맛이 기억나 사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인사동 어디엔가 가면 전문적으로 파짜꼼 기계를 만들어 파는 가게가 있다고 하는데 굳이 찾아가서 구경하거나 사서 집에서 해보기도 뭣하지만 시골 장터에서라도 한번쯤 다시 만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친애하는 투양!
오늘은 집에 가서 애들이랑 파짜꼼을 한번 만들어 먹어봐야겠습니다. 제 추억이지만 아이들에게 제 추억의 일부라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애하는 투양!
시간이 나면 같이 한번 파짜꼼을 만들어 파는 시골 장터를 구경 가시지 않겠습니까?

배옥 올림

 *배옥 자유기고가, 시조시인.


2007-05-29 오전 9:56:44 / 배옥객원기자
©2023 andong.net
2007-05-29 오전 9: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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